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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민준홍 기자]

서울 강북 중구 한복판의 첨단 빌딩숲을 걷다 한국은행 사거리에 들어서면 문득 고색창연한 흰색 바탕의 르네상스식 석조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다. 


1909년 준공됐으니 사람으로 치면 올해 나이가 112세이다. 2001년까지 한국은행 본점으로 사용됐고, 앞서 일제시대에는 조선은행 본점으로 사용됐다. 국가중요문화재(사적 280호)이기도 하다. 도로 건너편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옛 미쓰코시 백화점. 국내 최초 백화점)과 더불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영욕을 지켜봐왔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전경. [사진=더밸류뉴스]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이뤄진 이 건물은 외관 자체가 독특한데다 첨단 빌딩 숲에 둘러싸여 있다보니 더욱 눈에 띈다. 


건물을 돌아보면 독특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외관상 형태는 위에서 내려다 볼 경우 '우물 정(井)'자 모양이고, 정면에서 볼 경우 현관을 중심으로 좌우대칭이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에 외벽 마감재는 화강암이 사용됐다. 한국은행 본점으로 사용되던 기간에는 지하에 대형금고가 있었다(참고. 한국은행 지하금고에는 금(金)이 없다. 한국은행 소유의 금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이유로 영국 런던 영란은행에 있다) 


화폐박물관 1층 '화폐광장'. [사진=더밸류뉴스]

화폐박물관의 문을 열면 '화폐광장'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은 우리나라의 고대 화폐부터 현대 화폐가 전시돼 있고 오른쪽은 세계 화폐 및 기념 주화가 전시돼 있다. 2개층에 13개의 전시실로 구성돼있다. 


1층에는 '한국은행의 설립과 성장' 전시실이 있다.  


화폐박물관 1층 첫번째 전시실 '우리의 한국은행', [사진=더밸류뉴스]

한국은행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설립돼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는 미션을 수행해왔다. 우리나라가 'GDP 10위국'으로 성장하기까지 중추적 역할을 했다. 

 

선진 자본주의 국가는 중앙은행을 정부와 독립된 별개 기관으로 두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부에 예속돼 있으면 중앙은행의 주요 미션의 하나인 '물가안정'을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은 경제 성장을 추구하다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불러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행은 '흑역사'를 갖고 있다. 1960년대 등장한 박정희 정권은 경제 성장을 최우선 미션으로 추진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외환 정책 중 재무부의 인가를 받은 업무만 수행하고 재무부 장관과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를 주도했다. '한국은행은 재무부 남대문 출장소'라는 말이 나온 것도 그 무렵이었다.  


한국은행 독립 움직임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일면서부터였다. 1987년 김건 한국은행 17대 총재의 '100만인 서명운동'과 1997년 경제학자 1000명의 '한국은행 독립촉구 성명'을 계기로 한국은행은 독립성을 보장받게 됐다. 


화폐박물관 1.5층 첫번째 전시실 '옛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 [사진=더밸류뉴스]1층과 2층의 중간층(1.5층)에는 '옛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실'이 있다. 이곳에서 1950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첫 회의를 했다. 한국은행이 설립되면서 관료의 몫이었던 통화정책이 한국은행 소관으로 이전됐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은 아이와 함께 가볼만한 곳이다. 매주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5시까지 개방돼 있다. 단 사전 예약 필수. 주차 불가능.


junhong2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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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06 18: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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