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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문진섭 서울우유 조합장, 취임 2년 '절반의 성공'...'사내소통'은 미완 과제 - 지난해 매출액 사상 최대. 업계 1위 성과 - "경직된 사내 문화 개선해야" 지적도
  • 기사등록 2021-09-24 15: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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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선택과 집중으로 매출액 2조원 달성의 초석을 다지겠습니다."


지난 2019년 3월 2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서울우유 4층 대강당. 


문진섭 제20대 신임 서울우유협동조합장이 취임식에서 임직원들에게 밝힌 포부다. 앞서 진행된 서울우유조합장 선거에서 문진섭 당시 후보는 과반(56.7%)의 안정적 득표로 조합장에 당선됐다. 송용헌 전 조합장에 이어 8년만의 서울우유 CEO 교체여서 이날 취임식을 지켜본 관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문진섭 조합장은 경기 파주시 축산계장을 거쳐 서울우유 대의원(12~15대), 이사(14~15대), 감사(22~24대)를 역임한 '서울우유 터줏대감'이다. 누구못지 않게 서울우유의 현황과 속내를 파악해온 그가 내세운 첫번째 공약은 '임기 내에 연매출액 2조원 달성'이었다. 


그런 그가 임기 절반을 막 통과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서울우유조합장 임기는 4년이며, 2023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문진섭 조합장은…


현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 1951년생(70세). 국민대 경영대학원 졸업. 전 파주시 축산계장. 1970년대 파주서울우유 조합원. 서울우유 12~15대 대의원. 14~15대 이사. 22~24대 감사. 2019년 3월 제20대 서울우유협동조합 조합장 취임.



◆자수성가형 목장 경영인


문진섭 조합장은 자수성가형 비즈니스맨으로 꼽힌다. 1970년대 경기 파주에서 서울우유 조합원으로 서울우유와 인연을 맺었고, 2005년 모산목장이라는 체험 목장을 오픈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도시민들에게 목장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성공을 거두었다. 방문객들에게 목장 관광과 더불어 우유 칼국수, 우유 아이스크림을 비롯한 우유를 활용한 음식을 선보이는 등 신선한 발상이 성과를 거두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문 조합장은 2006년 ‘파주시 농업인 대상’을 수상했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문 조합장은 "1차 산업인 낙농업에 3차 산업인 관광업을 접목해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킨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취임 2년 동안 거둔 가장 큰 성과는 실적 개선이 꼽힌다.  


서울우유는 지난해 매출액 1조7548억원으로 매일유업, 남양유업을 포함한 국내 우유 '빅3'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서울우유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94억원, 당기순이익 125억원이었다. 전년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7%, 6.25% 증가했다. 서울우유는 2015년까지 우유 1위였지만 2016, 2017년에 매일유업에 1위를 내주는 등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서울우유는 경쟁사 대비 우유 매출 의존도가 크다보니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이 컸다. 국내 학교급식 시장 점유율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서울우유의 급식 우유 매출은 당초 계약 물량치 대비 30%가량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우유는 등교 중단에 따라 약 500억원의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문 조합장은 신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를 겨냥한 가공 우유 개발에 주력했다. 초코·딸기·바나나 등 기존의 가공유 라인업에서 흑임자·귀리·달고나·살롱밀크티 등으로 확장했다. 이 결과 서울우유의 지난해 가공우유 판매량은 전년비 106% 증가했다. 흰우유의 경우, 프리미엄 브랜드 ‘나100%’를 앞세워 B2B(기업 간 거래)에서 줄어든 공급물량을 가정용 시장에서 만회했다. 목장 경영에서 터득한 실전 비즈니스 노하우가 발휘됐다는 분석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도전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성장 속도로는 문진섭 조합장이 공약한 '2023년까지 연매출액 2조원 달성'은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구 감소로 국내 우유 시장은 포화상태에 도달해있다. 우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유는 수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전형적인 내수 산업"이라며 "국내 인구 감소는 '우유 시장 감소'와 동의어"라고 말했다. 


우유 관세 철폐도 발등의 불이다. 우유 관세 철폐와 해외 우유의 국내 시장 진입 리스크는 국내 우유업계 전체의 고민거리다. 유(乳)업계에 따르면 국내산 원유의 공급가격은 리터(L)당 1100원 수준이다. 반면 뉴질랜드는 원유 가격이 리터당 400원대에 불과하고, 미국과 영국 등은 400~500원대다. 관세까지 철폐되면 국내산 원유를 사용한 제품은 경쟁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산 우유는 오는 2025년부터 세율이 0%가 된다. EU(유럽연합)산 우유는 2026년부터, 호주 제품은 2033년부터, 뉴질랜드는 2034년부터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게 된다.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소통 개선해야”


문진섭 조합장의 또 다른 과제는 조직문화 개선이다. 이는 전임자인 송용헌 전 조합장도 공약으로 내세웠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를 살펴보면 ‘업무간섭이 심하다’, ‘벌칙주와 술게임을 하는 팀회식을 한다’, ‘아침 저녁 주말 가리지 않고 연락을 한다’는 글을 찾아볼 수 있다.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의 ‘서울우유 리뷰’. [이미지=블라인드]

이는 서울우유가 '협동조합'이라는 조직형태를 갖고 있는 것과 관련있다. 서울우유는 전국 1,600여명의 조합원(목장주)들이 선출한 조합장이 CEO를 맡는 구조를 갖고 있다. 조합원들은 대부분 수십억원대 자산가들이며, 문진섭 조합장도 목장주이다. 조합원들의 가치 제고와 편익 증진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보니 임직원 복지를 비롯한 나머지 사안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문진섭 조합장의 취임사에도 “조합원의 낙농 지원 및 복지를 강화하겠다”, "고객 요구에 맞는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겠다"고는 했지만 사내 소통은 생략돼 있음을 보게 된다. 


블라인드 사이트의 서울우유 리뷰를 보면 ‘사내 문화’에 대한 점수가 2.8점이고, ‘경영진’ 부문의 점수가 2.1점으로 가장 낮다. 문진섭 조합장이 자선·기부 행사를 비롯한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내 소통 단절과 경직된 분위기 개선을 미완의 과제로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진섭(오른쪽) 서울우유 조합장이 지난 7월 서울 중랑구 서울우유 본사에서 트로트 가수 ‘박군’과 서울우유 제품 기부행사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서울유유]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우유 사내 구성원들의 가치는 변하고 있지만 조직 문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새로운 지식과 가치관을 흡수하는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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