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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hy(한국야쿠르트) 윤호중 회장, 실적부진 딛고 '2세 경영' 가능성은?

- 윤 회장 인수 회사 실적 개선세... '경영능력 검증' 힘 실어

- 소유 경영 분리... '전문 경영인 체제' 유지해와

  • 기사등록 2021-05-20 17:3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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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윤호중 회장의 나이가 현업에서 한참 왕성하게 뛰어다닐 50대입니다. 기업 오너로 커튼 뒤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젊지 않습니까?"


지난해 3월, hy(한국야쿠르트) 이사회가 윤호중(50) 부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선대 회장(윤덕병∙1927~2019)의 뜻을 받들어 한국야쿠르트는 앞으로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힌 것을 접한 어느 업계 인사의 반응이다. 이 인사는 "이례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유지'를 밝힌 것 자체가 전문경영인 체제를 두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발효유 시장 1위 기업 hy의 회장 취임 1년을 지나고 있는 윤호중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를 놓고 업계 관계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창업주 고(故)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이자 최대주주인 윤호중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업계 판도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윤호중 회장은…


현 hy(한국야쿠르트) 회장. 1971년 출생(50세). 일본 게이오대 졸업. 1995년 한국 야쿠르트 입사. 2004년 한국야쿠르트 전무. 2012년 한국야쿠르트 부회장. 2020년 3월 hy 사장



hy는 국내 재계에서 드물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hy를 이끌고 있는 김병진(55) 대표이사는 1991년 이 회사에 공채로 입사해 기획부문장, 전무, 부사장을 거쳐 2018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hy의 전임 CEO들도 예외없이 공채와 내부 승진을 거쳤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는 선대 윤덕병 회장이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한다"는 지론을 밝히면서 시작된 전통으로 알려졌다. hy는 외부 경력사원을 충원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일종의 '순혈주의'인 셈이다. 윤호중 회장은 지난해 3월 회장에 취임했지만 등기이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앞서 2014년 3월 윤 회장은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공식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서울 서초구 hy(한국야쿠르트) 사옥. [사진=더밸류뉴스] 

◆NE능률, 플러스운용, 큐렉소 호실적... 윤 회장 '경영능력 검증' 평가


업계에서는 hy의 전문경영인 체제가 수십년에 걸쳐 전통으로 확립돼왔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변화가 닥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2세 경영'에 관련된 소문이 나오고 있는 것은 최근의 몇 가지 변화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간 윤호중 회장의 '2세 경영'의 발목을 잡아온 '경영 능력 미검증'이 해소되기 시작했다는 점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윤 회장이 주도해 2009년 인수한 NE능률(옛 능률교육)이 최근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NE능률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16억원, 영업이익 3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0.2% 346.8% 급증했다. 지난해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753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이며,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실제 '현금다발'을 의미하는 영업현금흐름은 85억원을 기록했다. 윤 회장은 NE능률을 계열사로 맞아들인 뒤 영어 교육 위주였던 사업 영역을 수학, 제2외국어(일본어·중국어) 등으로 확대하고 영유아 교육으로도 사업 영역을 늘려나갔다


NE능률은 최근 '윤석열 테마주'를 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윤호중 회장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파평 윤씨 종친회 소속이라는 것이다. NE능률측은 조회공시를 내고 "과거 및 현재 NE능률의 사업과 윤석열 전 총장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NE능률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그래프=네이버 증권] 

윤 회장이 2006년 인수한 플러스자산운용도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플러스자산운용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액) 39억9700만원, 영업이익 7억6000만원으로 전년비 매출액은 8.7% 증가했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플러스자산운용은 2000년 1월 설립됐고, 서울 여의도 IFC건물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윤 회장이 인수한 의료기기 업체 큐렉소도 지난해 매출액 392억원, 영업이익 7억3000만원, 당기순이익 6억4000만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그간 윤호중 회장은 잇따른 경영 실패로 '경영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을 받아왔다. 윤 회장은 2000년대부터 커피 전문점 코코브루니, 골프장 운영사 제이레저 등을 인수했지만 적자를 기록해왔다. 


커피전문점 코코브루니는 2010년 론칭했지만 이후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 회사는 2016년까지 누적 영업손실 223억원을 기록한 뒤 한국야쿠르트의 100% 자회사 비락에 흡수합병됐다. 한국야쿠르트 계열 골프장 제이레저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30억원의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NE능률, 플러스자산운용, 큐렉소가 속속 실적 개선세로 돌어서면서 윤 회장이 "선구안을 가졌다"는 평가를 새롭게 받고 있다.  

 


◆"창업주 뒤늦은 득남,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 


hy가 그간 전문경영인 체제로 굳어진 것도 윤호중 회장의 개인사와 관련 있다는 지적이다. 


고 윤덕병 창업주는 부인 심재수(85)씨와 결혼해 1971년 44세의 늦은 나이에 외동아들(윤호중 회장)을 얻었다. 윤덕병 창업주는 윤호중 회장을 얻기에 앞서 5명의 딸을 두었다. 


업계의 한 인사는 "윤덕병 창업주로서는 윤호중 회장을 얻기 전까지는 경영을 맡기고 싶어도 이를 실행할 '아들'이 없었던 것"이라며 "유교적 사상을 가졌던 윤덕병 창업주에게 아들이 없던 상태에서 hy의 전문경영인 체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hy가 전문경영인 체제로 굳어진 것은 윤덕병 창업주가 아들을 늦게 얻은 것과 무관치 않다"라고 말했다. 윤덕병 창업주는 윤호중 회장을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등기이사에 올려 일찍부터 경영을 배우게 했다.  


고 윤덕병(왼쪽) hy 창업주,  윤호중 회장. [사진=hy]


◆전문경영진 체제에서 본업 부진  


hy의 본업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윤호중 회장의 '2세 경영' 소문에 힘을 보태고 있다. 김병진 대표이사의 2018년 취임 이래 hy 실적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간 매출액은 정체 상태이고 영업이익은 내리막길이다. 


김병진 hy 대표이사. [사진=hy]

당기순이익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8년 창사이래 첫 당기순손실(29억원)을 기록했다. 2019년에는 당기순이익 49억원으로 흑자로 전환했지만 지난해 다시 당기순손실 16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hy는 지난해 125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hy 연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를 살펴보면 회사 경영과 기업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수직적이고 보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트렌드에 따라가려고 노력하나 시대에 역행하는 경우가 더 많다’, '영업손실을 밀어내기로 메꾸고 있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의 hy리뷰를 보면 ‘경영진 부문의 점수(1.7)가 가장 낮다. 이따금씩 터지는 이물질 검출 논란도 해결과제다.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의 ‘hy 리뷰’. [이미지=블라인드]

◆hy 지주사 팔도 지분 100% 보유... 배당 88억 수령

 

윤호중 회장은 hy 지주사 팔도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윤호중 회장→팔도(100%)→hy(48%)로 이어지는 구조다. hy는 NE능률, 플러스자산운용, 코코브루니, 제이레저, 큐렉소 등을 보유하고 있다. 윤 회장은 서울 서초구 hy본사 13층 사무실에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호중 회장은 지난해 팔도로부터 배당금 88억원을 수령했다. 팔도가 윤호중 회장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은 2017년 22억원, 2018년 41억원, 2019년 99억으로 증가하고 있다. hy측은 "윤호중 회장의 경영 복귀는 예정돼 있지 않으며, hy는 앞으로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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