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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도입해야하나] ③발행주체 '창업주 등기이사'→'창업주 대표이사'개선해야 - "차등의결권 악용될 경우 구체절차 미흡" - "보통주 전환 조건에 양도, 상속과 더불어 증여도 포함시켜야"
  • 기사등록 2021-05-20 08: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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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국내 비상장 벤처기업에 1주당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차등의결권이 이슈로 떠올랐습니다.쿠팡이 미 증시에 성공 상장하고 마켓컬리, 야놀자, 네이버웹툰 등도 미 증시에 기업공개(IPO)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이유도 차등의결권 때문입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차등의결권 도입해야 하나'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차등의결권을 국내에 도입할 경우의 장단점, 찬반론을 심층분석합니다]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차등의결권을 추진하고 있다. 차등(복수) 의결권이 미국에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대한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가 지분이 낮아도 기업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쿠팡이 한국 주식 시장 대신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것도 미국에 차등의결권 제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후 국내 유니콘 기업들도 속속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국내 유니콘 기업의 해외 상장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차등의결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차등의결권 도입 문제 진단 및 지배구조 개선 상법 개정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 가능성 높아" 


차등의결권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차등의결권이 과거부터 경영권 승계에서 대주주의 지배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개최한 '비상장 벤처기업 차등의결권 도입의 문제점 국회 토론회'에서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등의결권은 지분이 희석될 경우 안정적인 경영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도입의 전제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전제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상장회사들의 경우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돼 있지 않다. 또 자산규모 2조원 이하 기업의 경우 사외이사 비중(25%)이 낮아 외부 주주에 의한 견제가 용이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

그는 이런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차등의결권 주식이 발행된 회사에 자본을 제공할 투자자가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투자자가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의결권의 비례적 이익을 포기한 채 투자금을 지급할 수 있는 벤처기업은, 대기업이나 재벌 총수의 이해관계와 일치하거나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극히 일부의 기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예정된 일몰 시점에 일몰되지 않고 법 개정을 통해 유예기간 또는 존속기간을 연장시킬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며 “벤처기업이 아닌 기업,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기업에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보태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재벌 개혁, 기술 탈취 방지에 먼저 나서야"


이상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은 “벤처생태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장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불공정거래관행 등을 타파하는 행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사회적 논란과 남용의 위험성이 높은 차등의결권을 우선 추진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 공정성 인식. [이미지=더밸류뉴스]

2018년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미래 신성장 분야 503개 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업의 기업 간 경쟁이 불공정하다고 답한 비율은 71.8%였다. 이에 대한 원인으로 불공정거래관행(갑질 문화, 기술유용, 부당단가인하, 전속거래 구속행위 등)이 1위(32.9%)를, 재벌 대기업의 과도한 경제력집중(기업 지배구조, 일감몰아주기 등)이 2위(22.8%)를 차지했다.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성장 산업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핵심방법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인 50.6%가 ‘정부의 혁신성장 지원정책 활용’(50.6%)을 꼽았다. 이러한 통계결과만 봐도 대기업의 횡포를 호소하는 중소∙벤처기업을 쉽게 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이 혁신성장 산업분야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 [이미지=더밸류뉴스]

중소∙벤처기업에 필요한 정부지원. [이미지=더밸류뉴스]



차등의결권을 악용할 경우 사후 구제절차는 미흡하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자본시장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사후적인 구제 소송절차가 외국에 비해 미비하다는 점을 감안해서 외국의 입법례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디스커버리 제도와 같은 증거절차가 없기 때문에 회사에 편중된 증거들을 투자자가 확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불공정한 분할 및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 관련 소송이나 부당한 신주발행 등 자금조달 관련소송에서 투자자가 회사의 불공정한 의도를 입증하기가 힘들 것으로 예상돼 사후적 구제절차가 실효성 있게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차등의결권은 자본시장의 혼탁을 가중시키는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이다.


먼저 분할 및 합병 등에 악용될 경우 차등의결권은 이사 선임안건 이외에 회사 지배구조 개편 관련한 주총에서 다양한 안건으로 현실화될 수 있다. 차등의결권에 기반한 우월한 의결권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회사 구조개편을 할 경우 외부투자자로서는 예기치 못한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차등의결권은 재벌의 대표적 숙원사업" 지적도


재벌세습에 악용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투입자금이 적게 드는 비상장사를 지배구조의 상층부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일감 몰아주기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방법보다 외부자본 조달 등 방법으로 단기간 내에 몸집을 키우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배권 희석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특히 재벌 후계자가 비상장사를 기반으로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 사익편취 행위를 통해 회사를 키운 후 그룹 승계 절차로 발전시키는 경우는 전통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꼽힌다. 


만약 재벌 후계자가 비상장 벤처기업을 설립하지 않더라도 친분이 있는 제3자를 내세워 벤처기업을 설립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부작용 방지대책으로 차등의결권 양도시 보통주 전환 대책을 제시하지만, 명의는 그대로 제3자로 두는 TRS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회피할 수도 있다. 또 부작용 방지대책으로 상장 후 소멸 대책을 제시하지만, 우회상장으로 이를 피해갈 수도 있다.


이 소장은 “많은 벤처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대기업으로부터의 각종 갑질 피해에 구제와 대책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시기에, 부작용과 악용 가능성이 높은 차등의결권을 시급히 도입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또한 차등의결권은 대기업을 매개로 한 여론의 반발을 적게 받기 때문에 정책당국으로서는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하고 싶을 수도 있으나, 실효성 부족으로 거품이 꺼질 경우 냉소적인 반발로 부작용이 더 클 수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설립발기인 등기이사 -> 설립발기인 대표이사로 보완해야"


이 토론회에서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혁신 성장을 위해서 정부가 진짜 해야할 일은 재벌 개혁과 기술 탈취 방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벌 중심의 경제블록화가 해소되면 공정 경쟁과 혁신의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술탈취 방지를 위해 징벌배상과 디스커버리(discovery) 제도(증거수집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수요 독점을 규제할 경우 단가 후려치기 방지를 위한 혁신 여력도 제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굳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려면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우찬 교수는 “2020년 정부안은 2018년 의원입법안에 비해 상당수 안전장치를 도입했다”면서도 “완벽하지는 않고 보완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차등의결권 발행주체는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유지하되 발행 대상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안은 ‘창업주(설립발기인으로 등기이사로 재직 중인 30% 이상 보유 최대주주)’라고 명시했으나 그는 ‘창업주(설립발기인으로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30% 이상 보유 최대주주)’라고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통주 전환과 관련해서도 정부안은 ‘양도 또는 상속’이라고 명시돼 있지만 그는 여기에 ‘증여’도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이어 정부안에서 제안하는 ‘이사 사임’이 아니라 ‘대표이사 사임’으로, 이와 함께 출자지분 10%를 하회한다는 개선안이 추가돼야 한다고 했다. 투명성을 위해서 정부는 ‘중기부 보고 및 정관 공시, 관보 공시’를 제시했지만 이에 더해 ‘사업보고서(상장회사) 공시, 상장 시 종목코드 구분’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정부안은 시행령 위임 여부가 없으나, 그는 개선 내용이 시행령에 위임되지 않고 법률에 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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