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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CJ㈜ 김홍기 대표, 계열사 '구조조정'에다 '2세 승계'까지. 어떻게?

- 이재현 회장 최측근... 지난해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취임

- 현금 유동성 확보 과제... 매각, 만기연장 등 검토

- 이선호 부장 승계 지분정리 미션도...

  • 기사등록 2021-05-17 00: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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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CJ㈜ 대표이사 총괄부사장 취임 1년을 지나고 있는 김홍기 대표에게는 'CJ그룹 비서팀장 10년 근무(2005~2014)'이라는 경력이 따라 다닌다. 그가 비서팀장으로 재직하는 10년 동안 CJ그룹 운명을 바꾸는 이벤트가 몇 차례 벌어졌다. 


대표적으로 2011년 CJ의 대한통운 인수가 있다. 


그해 6월 CJ가 아시아나항공과 대우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대한통운 지분 859만주(37.6%) 인수를 위해 써낸 금액은 주당 21만5000원(1조8450억원). 인수합병 테마를 타기 전까지만 해도 대한통운 주가가 9만원대이던 상황에서 CJ가 두 배 이상을 '내지른' 배경은 지금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일러스트=홍순화]

김홍기 대표는…


현 CJ㈜ 각자 대표이사 총괄 부사장. 1965년생(56세). 서울고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1992년 삼성전자 입사. 2000년 제일제당 입사. CJ 비서팀장(2005~2014). CJ 인사총괄부사장(2014~2018). 2017년 CJ 공동 대표이사 선임. 



◆이재현 회장 '복심 중의 복심'


업계에서는 인수 막판에 삼성그룹 계열사 삼성SDS가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 컨소시엄에 깜짝 참여한 것이 CJ를 자극한 것으로 보고 있다. CJ는 애초에 적정 인수가를 주당 11만원으로 계산했지만 삼성SDS가 갑자기 참여하자, "어떻게든 대한통운을 가져오라"는 지시에 따라 두 배 이상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CJ는 응찰에 관련된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 삼성계열 보안회사 세콤을 긴급 교체하기도 했지만 삼성SDS가 CJ 응찰가를 이미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최종 응찰가를 얼마로 적어야 할 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삼성SDS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주당 19만1500원. 이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한 덕분에 CJ는 결국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이제 '승자의 저주'를 겪고 있다. '삼촌·조카 전쟁'으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CJ의 대한통운 인수전에 김홍기 대표는 당시 비서팀장으로 깊숙이 간여했다. 


CJ 비서팀은 국내 15대 그룹 비서조직 가운데 가장 '파워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곳의 하나다. CJ계열사 CEO들이 비서팀 멤버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김홍기 대표는 이런 비서팀을 10년 이끌며 오너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또, 김홍기 대표는 2012년 삼성물산 직원의 이재현 회장 미행사건이 터지자 당시 비서팀장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이재현 회장의 검찰 소환에도 동행했다. 


서울시내의 한 마트에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치가 진열돼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현금 유동성 해결하고 구조조정 과제


김홍기 대표가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최우선 미션은 그룹 유동성 해결과 구조조정이다. 


2017년 중순 이재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면서 "2020년까지 CJ그룹을 매출 100조원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그레이트 CJ’ 전략이다. 앞서 2013년 이재현 회장은 조세포탈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었다. 


공격적 M&A(인수합병)를 동반하는 이 전략의 후유증을 현재 CJ그룹은 앓고 있다. 지난해 CJ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50조원 가량으로 이재현 회장이 제시한 목표 매출액의 절반 수준이다. 


김홍기 대표가 경영을 맡고 있는 CJ㈜는 계열사 지원으로 현금 유동성이 악화돼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CJ㈜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 현금성 자산)은 200억원이다(기타유동금융자산 212억원은 대여금, 미수금, 미수수익 등이어서 제외). 지난해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CJ CGV에 차입금(2000억원), 신종자본증권(800억원), 유상증자(2200억원)의 방식으로 지원해준 것이 주요인이다. 



CJ㈜의 보유 현금 200억원이 아슬아슬한 수준이라는 사실은 쉽게 확인된다. CJ㈜는 고정비로만 월평균 62억원이 빠져 나가고 있다. 이는 지난해 판매비와 관리비 751억원을 12개월로 나눈 값이다. 영업현금흐름이 월평균 73억원 가량 유입되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CJ㈜는 지난해 CJ CGV에 지원했던 것과 유사한 수천억원대의 계열사 지원을 올해는 집행할 여력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에서 예기치 않은 계열사 부실이 터지는 것은 CJ㈜ 입장에서는 '악몽'이 될 것이다. 


CJ㈜는 계열사로부터 유입되는 배당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 지주회사이며, 내년 배당 수입도 올해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CJ㈜의 배당 수입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의 내년 배당 지급액이 올해 수준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J그룹 지분 구조. [자료=하나금융투자]

결국 CJ㈜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각, IPO(기업공개), 구조조정, 채무만기연장 등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의 프리 IPO(정식 IPO 이전에 투자자들로부터 일정 자금을 유치받는 것),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매각설, CJ CGV의 터키법인 TRS(Total Return Swap. 총수익스왑계약) 연장설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모든 사안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김홍기 대표로서는 올해가 경영 시험대에 서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호 승계 물밑 작업 과제도


이재현 회장의 외아들 이선호(31) CJ제일제당 부장의 승계를 위한 지분 정리도 김홍기 대표의 또 다른 미션이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지난해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이선호 부장은 CJ㈜ 보통주 2.75%, 신형 우선주 21.7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CJ 올리브영 지분 17.97%를 갖고 있다. 신형우선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고, 보통주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 


CJ㈜의 지분 구조(위), CJ 올리브영의 지분 현황(아래).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최근 프리 IPO 과정에서 이선호 부장은 1000억원 가량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CJ올리브영이 성공적으로 상장한다면 이선호 부장은 잔여 지분을 정리하거나 주식 스왑을 통해 CJ㈜지분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 미션을 어떻게 잡음없이 매끄럽게 완수하느냐에 따라 김홍기 대표의 경영 능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진행된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의 비상식적인 합병 비율과 의심스러운 주가 흐름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선호 부장은 지난해 마약 밀반입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고, 최근 CJ제일제당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으로 복귀했다. 



◆"무리한 M&A로 피해"


김홍기 대표의 또 다른 과제는 CJ㈜ 임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4월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손경식(앞줄 왼쪽 다섯번째) 회장을 비롯한 CJ그룹 임원들이 ‘CJ 창조경제추진단’ 출범식을 갖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뒷줄 왼쪽 세번째가 김홍기 당시 CJ㈜ HR총괄. [사진=CJ그룹]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를 살펴보면 '무리한 M&A로 피해가 크다’, ‘정작 열심히 일한 계열사 직원들은 집으로 보낸다’, ‘그레이트 CJ와 같이 독단적인 계획으로 회사 재무상태가 엉망이다’ 같은 글이 올라와 있다. 이 사이트의 CJ㈜ 리뷰를 보면 ‘경영진’ 부문의 점수(2.0)가 가장 낮다. 


직장평가사이트 블라인드의 'CJ 리뷰'. [이미지=블라인드]

CJ그룹의 한 직원은 “업무성과는 동종 업계 최상급이지만 급여는 동종 업계 평균 이하다”라고 토로했다. 지난해 CJ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CJ제일제당 임직원의 연평균급여(6400만원)는 삼성전자(1억27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김홍기 대표의 지난해 보수 총액은 20억900만원(급여 9억6600만원, 상여 10억3500만원)으로 전년비 18.5% 증가했다. 김홍기 대표는 2017년 이재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해 단행한 인사에서 CJ㈜ 공동대표에 임명됐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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