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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메르세데스-벤츠 '클라인' CEO, 3월 판매UP에도 웃지 못하는 속사정

- 배기가스 불법조작 '행정소송' 부담

- 국정감사 증인 호출 1순위... 전임 실라키스 국감장서 수모

  • 기사등록 2021-04-24 21: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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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월간 수입차 판매현황이 발표된 지난 5일 토마스 클라인(사진)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는 한숨을 돌렸을 법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지난달(3월) 수입차 신규등록현황'에서 메르세데스-벤츠가 7597대로 1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토마스 클라인 메르세데스-벤츠 대표이사. [일러스트=홍순화 기자]

◇토마스 클라인(Thomas Klein) 대표는...


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독일 베를린대 경영학과∙라이프찌히 경영대학원 졸업. 메르세데스-벤츠 남아공 매니징디렉터∙중동 대표이사 역임. 2012년 1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취임. 



2위 BMW(6012대)와의 판매 격차는 1585대. 2월에는 판매 격차가 불과 47대여서 "수입차 판매 1위가 BMW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토마스 클라인 대표의 올해 1월 취임 이래 메르세데스-벤츠의 신규등록대수는 5918대(1월)→5707대(2월)로 연이어 하락했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신규등록 현황. [자료=한국수입자동차협회]

  

그렇지만 토마스 클라인 대표이사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그의 눈 앞에 3가지 도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 불법조작 과징금 부당"... 행정소송 부담


우선, 환경부를 상대로 배기가스 불법조작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벤츠코리아는 환경부의 과징금이 부당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은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재판장 이정민)에 배당됐고 기일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이번 행정소송의 결과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019년에도 벤츠는 환경부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대기환경을 위해 자동차 배출가스 인증제도를 엄격하게 유지해야한다"는 판결과 함께 기각됐다. 이 사건으로 벤츠코리아는 벌금 27억원을 선고받았고 인증업무에 관여한 직원은 1심에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로 감형되기도 했다.


배출가스 조작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곳이 한국 정부가 아닌 독일 정부라는 점도 부담이다.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은 3년 전인 2018년 6월 독일 교통부에서 제기됐다. 이후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제재를 받았다. 


우리 정부가 이 사안 대처에 나선 것은 지난해 5월이다. 환경부는 벤츠가 국내 판매된 디젤차 3만7154대의 배출가스를 불법 조작한 것으로 보고 인증 취소와 과징금 776억원을 부과하고 형사고발 조치했다. 이는 디젤 차량 배출가스 조작 혐의 관련 과징금 중 역대 최대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벤츠 디젤 차량은 실제 도로 주행 시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0.08g/㎞)과 비교했을 때, 최대 1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소산화물은 대표적인 미세먼지 원인물질이다.


◆클라인 대표, 국감 증인 채택? 긴장 모드 돌입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CEO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요청받는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오는 9~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토마스 클라인 대표는 벌써부터 '호출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수입차 배출가스 불법조작 파문이 다시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토마스 클라인 대표 입장에서 국민적 공분이 잠재된 이슈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은 '악몽'에 가깝다. 최근 국내 대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재임중 가장 피하고 싶은 1위가 '국정감사 증인출석'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느 CEO는 "교도소에 갈 것이냐, 국정 감사에 출석할 것이냐를 두고 양자택일해야 한다면 솔직히 무엇이 나은지 모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7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메르세데스-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과 관련해서 실라키스 전 사장을 호출했지만 실라키스 전 사장은 눈 수술을 받고 입원했다며 국감 출석을 피했다. 그는 앞서 2015년에 국정감사에 출석해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그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사과한다며 머리를 숙여야 했고, 출석 과정에서 일부 단체 회원들의 항의와 고성으로 황급히 이동하는 장면이 생중계되는 수모를 겪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국민적 공분 사안... 제2 돌발사태 촉각


배기가스 불법조작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던 만큼 행정소송 과정에서 또 다른 '돌발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도 메르세데스벤츠의 고민이다. . 


지난 2월에는 벤츠가 국내 시장에서 판매중인 일부 디젤 차량 고객 인도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인도 중단 이유에 대해 벤츠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환경부 관련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배출가스 조작 혐의와 관련해 국내 판매에 제동이 걸린 게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배기가스 불법조작 파문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이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메르세데스벤츠는 10개월 사이에 CEO가 4차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당시 최고경영자이던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사장은 압수수색 직전 미국으로 떠나 '도피성 출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라키스 사장은 임기 만료일인 그해 8월 1일까지 귀국하지 않았고, 국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이후 뵨 하우버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임명됐으나 그는 한국행을 거부했다. 업계에서는 뵨 하우버 사장이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으로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이틀간 서울 중구 본사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이같은 진통을 겪다 그 해 8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김지섭 부사장의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됐고, 올해 1월 토마스 클라인 대표이사가 CEO에 취임했다. 불과 10개월 사이에 '디미트리스 실라키스→뵨 하우버→김지섭→토마스 클라인'으로 CEO가 교체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역대 CEO들. 왼쪽부터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뵨 하우버, 김지섭, 토마스 클라인. 

◆"본사와 긴밀 소통. 적극 협조할 것"... 실적 개선 부담 


배출가스 조작 문제에 대해 그간 벤츠코리아측은 회피하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토마스 클라인 대표이사는 올해 1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벤츠 배기가스 불법조작 논란과 관련해 사과를 표명하며 정면 대응하고 있다. 그는 “메르세데스-벤츠 본사는 한국 시장의 이슈와 관련해 100% 지원할 의지가 있어 적극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건과 관련해 상세한 내용을 전달할 수는 없지만 당국에서 요청하고 있는 내용에 적극 협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마스 클라인(왼쪽 세번째)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1월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크 레인 총괄 부사장, 김지섭 총괄 부사장, 토마스 클라인 대표이사, 이상국 총괄 부사장. [사진=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량은 배출가스 조작논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8월 2위로 내려앉았다가 김지섭 대행이 경영을 맡으며 1위로 올랐다. 김지섭 대행의 5개월간 필사적인 수습에 이어 올 1월 부임한 토마스 클라인 대표의 어깨가 무거울 수 밖에 없다. 클라인 대표가 어떻게 배출가스 조작논란을 수습하고, 점유율을 유지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클라인 대표는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 다임러(Daimler)에 합류해 시니어 매니저, 세일즈 담당 등을 역임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부임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 중동 대표이사를 지냈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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