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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④삼성전자 '가전', 후발주자에서 1위 비결은... - 1968년 후발주자로 가전 사업 시작 - 삼성TV, 2006년 이래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 "QLED 기술 업그레이드해야" 지적도
  • 기사등록 2021-04-18 16: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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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 삼성전자가 '분기(分期) 영업익 9조원' 시대를 열면서 경쟁사와의 '초격차'를 더 벌려놓았습니다. 이에 더밸류뉴스는 국내 1위, 글로벌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마트폰 등에서 만들어낸 '초격차' 현황과 여기에 도달하기까지의 시행착오와 도전 극복 과정을 분석하는 '삼전 알면 초격차 보인다'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초연결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자와 임직원들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 지를 제시하겠습니다]
[더밸류뉴스=이현지 기자]

“구 회장, 삼성도 앞으로 전자사업을 하려하네.”


1968년의 어느 봄 날 경기 안양골프장(현 안양베네스트GC) 야외 테이블. 


이병철 삼성 창업주 회장이 구인회 LG그룹 회장과 커피를 마시며 담소하다 전자사업을 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이병철 회장은 가볍게 지나가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구인회 회장의 반응을 살폈다. 


구인회 회장의 표정은 단번에 굳었다. "이익이 남으니까 할라카는 거 아이가? 사돈이 논을 사믄 배 아프다 카더마는... 옛말에 그른 기 하나도 없는기라!" 


구 회장은 벌떡 일어서서 그 길로 자리를 떠났다(구 회장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는 설도 있다). 구 회장은 “돈이 되니 사돈이 하고 있는 사업에 끼어들려고 한다”며 분노한 것이다. 삼성과 LG는 사돈 집안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차녀 숙희씨와 구인회 회장의 삼남 자학씨가 결혼해 사돈을 맺었다. 또 이 회장과 구 회장은 경남 진주의 지수초등학교에서 책상을 나란히 맞대고 공부하던 사이였다


◆'가전=금성'... LG 독무대서 후발 주자로 출발


삼성의 전자사업은 이렇게 시작된다. 구 회장의 "(우리 금성(현 LG전자)이 이익이 남으니까"라는 표현대로 당시 국내 전자 사업은 'LG 독무대'였다.


이병철(앞줄 안경 쓴 이) 삼성 창업주 회장이 1972년 서울 중앙일보 윤전기를 시찰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 뒷편이 이건희 회장, 이병철 회장 왼쪽 어린이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삼성]

앞서 1966년 금성사가 내놓은 국내 최초 흑백TV(제품명 VD-191)는 쌀 27가마에 해당하는 고가임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59년 금성사는 첫 국산 라디오(A-501)도 만들었다.  


후발주자로 뛰어든 삼성이 당시 내놓은 TV, 라디오, 세탁기, 선풍기 등의 가전 제품은 '조악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 선풍기는 손으로 들어 올리면 목이 부러져 고객 환불 요청과 항의가 빗발쳤다. 소비자들에게 '가전=금성'이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었다

 

◆삼성TV,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 올라서 


그로부터 반세기가 훌쩍 흘렀다. 정확히는 53년이 흘렀다. 


이제 삼성 TV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31.8%로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2006년 '보르도 TV' 출시를 계기로 처음으로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14.6%)로 올라선 이래 15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미국 JD 파워가 발표한 ‘2020 생활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 총 8개 삼성전자 제품이 1위로 선정돼 업계 최다 수상을 기록했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역대급 실적에도 가전 부문 기여도가 높다. 이날 삼성전자는 매출액 65조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의 어닝 서프라이즈를 발표했다. 부문별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반도체 부문이 주춤했지만 CE(소비자가전) 부문과 모바일 부문의 실적 개선이 어닝 서프라이즈에 기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 9조3000억원 중 CE부문이 1조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CE 부문은 초대형 QLED TV,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비스포크 냉장고, 건조기, 모듈형 공기청정기, 의류 청정기 등 전략제품들을 중심으로 지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백색가전 최강자' LG전자 가전 부문 실적을 뛰어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부문 매출액은 48조1733억원으로 전년비 6.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조5615억원으로  42.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LG전자의 영업이익을 2016년 이후 4년 만에 처음 앞질렀다.


삼성전자 CE 부문 연간 실적 추이. [이미지=더밸류뉴스] 


◆프리미엄+추월 전략 주효


삼성전자가 후발주자임에도 1위로 올라설 수 있는 있었던 비결에는 프리미엄 전략과 추월 전략이 먹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 TV는 매년 새로운 라인업을 발표할 때마다 ‘최초’ 기록을 세웠다. LG전자가 1966년 흑백 TV를 생산했고, 삼성전자는 4년 정도 뒤쳐져 TV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후 1977년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 컬러TV를 생산하며 흑백에서 컬러로 TV시장 판도를 바꿨다.


2004년 삼성전자가 당시 세계 최대 크기인 46인치 LCD(액정표시장치) TV를 공개하며 한계를 뛰어넘었다. 이에 맞서 LG전자는 같은 해 55인치 LCD TV를 선보이며 두 회사는 치열한 기술 경쟁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일본 소니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했고, 백라이트 광원을 형광램프에서 LED(발광다이오드)로 바꿔 수명과 전력소비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2010년에 세계 최초 3D LED-TV를, 2015년에는 카드뮴이 없는 퀀텀닷 기술을 TV에 최초 적용했다. LCD의 화질 구현 능력을 극대화 하며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LED 모듈러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 네오 QLED 제품. [사진=삼성전자]지난 1월 삼성전자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고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스크린 올 포’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네오(Neo) QLED와 개인 맞춤형 라이프스타일 제품, 사운드바, 아웃도어 사이니지, 게임용 모니터 등 새로운 혁신 제품들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네오 QLED는 게임 정보를 표시해주는 게임바(Game Bar) 기능과 스마트 기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 기반 사운드 혁신을 제공한다. 


앞으로도 삼성전자는 CE 부문에 힘을 싣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이재승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생활가전사업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성전자 창립 이래 생활가전 출신 최초의 사장 승진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CE 부문에서 비스포크와 QLED에 주력한다는 전략이다. 비대면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청결ㆍ위생 관련 가전제품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출시한 비스포크 제품을 냉장고에서 타제품으로 확대하고 있다


◆"QLED 기술 업그레이드해야" 지적도


그렇지만 삼성전자 CE 부문이 100% 쾌청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비스포크의 경우만 해도 경쟁사들이 벤치마킹을 통해 '삼전 비스포크'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제품을 내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력의 가전 종가(宗家)' LG전자는 최근 'CES 2021'에서 오브제 컬렉션을 선보였다. . 


QLED 기술 개선도 과제다. 현재 삼성전자에서 내놓고 있는 'QLED TV'는 엄밀히 말하면 '업그레이드형 LCD TV'로 보는 것이 맞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LCD의 컬러필터에 양자점(Quantum Dot, QD)이 추가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재승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장 사장이 ‘비스포크 홈 미디어데이’ 온라인 행사에서 질의응답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승 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hyunzi@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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