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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 ·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사진=더밸류뉴스] 

[윤진기 경남대 명예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윌리엄 D. 갠(William D. Gann)은 가치투자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20세기의 위대한 금융거래인이자, 월스트리트의 현자로 불리고 있다. 주가는 기업 실적의 종속변수라고 생각하는 필자는 그가 창안한 ‘카디널 사각형(Cardinal Square)’이나 ‘갠의 바퀴(Gann Wheel)’ 같은 분석 도구에 그다지 흥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이런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평균매매 성공률 80~90%를 기록하였고, 1929년의 대공황 같은 굵직한 사건을 예측하는데 성공하였다. 심지어 그는 대공황이 1932년에 끝나리라고 정확히 예측했다고 전해진다. 놀라운 일이다.


갠은 1878년에 가난한 면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면화 농장에서 일하며 면화 상품 거래에 대하여 알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시작했고, 여러 차례 투자에 실패했지만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는 평생의 투자 경험을 담아서 일생동안 소책자를 포함해 10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는데, 이 중 몇 권이 한국어로 번역 소개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은 두 가지 점에서 필자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하나는 시장과 시대를 보는 그의 안목이다. 그는 “앞으로 발전하여 주식을 쏟아낼 새로운 산업을 찾아라”라고 조언한다. 그는 “철도주를 버리고 자동차주에 달려들어 큰돈을 번 사람들의 선례를 따라야 한다. 1916년 구리주를 처분하고 1918년과 1919년에 석유주를 거래한 사람들 역시 큰돈을 벌었다. 내 생각에, 다음 몇 년 동안 비행기주와 라디오주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예전에 석유주와 자동차주를 거래했던 사람들만큼 큰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화학주 또한 미래에는 큰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화학산업을 통해 큰 발전을 이루었고, 화학산업은 여전히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그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라서 진부한 것으로 들리지만, 이러한 그의 생각이 값진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최고의 투자수익률을 준다는 윌리엄 오닐(William J. O’Neil)의 연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에서 미래를 여는 신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날아가는 것을 보면 그의 생각이 얼마나 통찰력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주가의 변동을 매집과 분산이라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책 '차트로 주식 투자하는 법'은 거의 대부분을 개별 주식의 매집과 분산 과정을 설명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그의 매집과 분산에 관한 이론은 오늘날도 상당부분 여전히 작동한다고 생각된다.


그는 내부자나 시세조작자가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매집으로 보고, 매집 후 외부자인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파는 것을 분산으로 이해한다. 그는 분산과 매집 과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내부자가 주식을 팔고 싶어 할 때는 가능한 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대중의 주의를 끌기 위해 갖은 일을 다 벌이면서 대중의 욕구를 만들어 낸다. 주식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고 내부자가 대량매집을 원할 때는 가능하게 조용하게 처신한다. 그들은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외부자들이 매수에 나서지 않도록 모든 조치를 취한다”


갠은 “주식시장은 인간에 의해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갠이 주가의 변동을 매집과 분산의 과정으로 본다는 것은 큰 자본을 가진 사람에 의하여 주식의 분산과 매집이 행해진다는 의미이다. 갠의 이러한 통찰은 요즘처럼 주식투자를 재테크의 일환으로 이해하는 순진한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뜻밖의 경고가 될 수 있다. 빚을 내어 재테크를 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갠이 말하는 내부자나 시세조작자들에게 조종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조언한다. “주식이 매집 혹은 분산 구간이 지났는지를 알아보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몇 번이고 되새겨 볼만한 조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매집과 분산에 대하여 자기 나름의 기준을 확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mentorforall@naver.com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명예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21년 2월 22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자가 원문에 각주 설명을 추가로 더 보충했습니다. 자세한 것은 원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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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3-26 11:4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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