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몇 년 전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 한장이 직장인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회사가 명예퇴직을 거부한 40대 직원에게 대기발령을 내리고 사무실 구석으로 책상을 옮기게 한 사진이다. 당시 사진에는 해당 직원의 책상이 홀로 벽 쪽 사물함을 향해 있었다. 이 직원의 책상 위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근무시간 중 점심시간, 휴게시간(15분)을 제외하고는 자리에 앉아 그냥 대기하도록 했다. 이런 인격모독 같은 ‘면벽’ 근무 사진은 전국민적으로 공분을 샀고 결국 회사 대표이사가 직접 공식 사과를 했다. 


이후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표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의한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나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다.


이처럼 면벽 근무 사진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고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등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을 속속 내놨다. 롯데하이마트 역시 ‘롯데하이마트 윤리행동 준칙’이라는 명칭 아래 임직원과의 신뢰를 강조했다.


롯데하이마트 윤리행동 준칙에는 “회사 및 임직원은 개개인이 인간으로서 가치있고 존엄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건전하고 행복한 직장 생활을 위하여 최선을 다한다”라며 “임직원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직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롯데하이마트 지회는 지난달 20일, 27일 두번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회사 측이 직원에 강압적인 인사발령을 했다며 시정해달라는 입장이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체제 아래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와 서울 강남구 삼성로 롯데하이마트 본사. [사진=더밸류뉴스]

더밸류뉴스에 제보를 해온 A씨에 따르면 회사는 명예퇴직을 거부한 16명의 지점장을 각자 집에서 약 45Km 떨어진 매장으로, 본사 역량강화팀 소속 파견 근무를 냈다. 50Km 이상 발령시 한달에 30만원을 교통비로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파견 근무를 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이면에는 나이가 많은 고참 지점장을 내보내려는 구조조정이 있다고 주장했다. 


통상 인사고과는 1년만 보기엔 변수가 많아 최소 2~3년의 성과를 기준으로 둔다. 그러나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단 1년 실적을 기준으로 하위 30%에 해당되는 사람들에게 인사조치를 내렸다. 그 중 직급이 높은 고참 지점장들만 선정이 됐다고 이들은 주장하고 있다. 20여년간 회사에 충성했으나 고작 1년 실적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 것이다. 심지어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모든 오프라인 직종이 타격을 받았다.


이에 A씨를 비롯한 16명의 지점장은 왕복 100여Km를 출퇴근하고 있다. 하루 약 2~3시간을 출퇴근에 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들 지점장들은 대부분 4~50대이다. 면벽 근무는 아니나 그에 준하는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해당 파견 근무를 하며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년 전에도 회사 측의 실적 압박 등으로 한 지점장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적이 있다. 노조 측은 “역량강화라는 명목으로 계속해서 주어지는 프로젝트 수행 및 발표, 과도한 개인 매출 목표, 담당 영업임원의 지속적인 정신적 학대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고, 노동위 제소등을 통해 저항도 했지만 결국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라고 설명했다.


27일 롯데하이마트 노조가 서울 강남구 삼성로에 위치한 회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뒤로 본사 직원들이 점심시간을 이용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27일 노조가 진행한 2번째 집회에 취재를 나간 뒤, 기자가 느꼈던 감정은 처절함과 안타까움이었다. 유독 추운 날씨였고 노조에 참여한 대부분이 4~50대였다. 오후 12시부터 롯데하이마트 본사 앞에서 진행된 집회에서, 노조 측은 흰 입김을 내뿜으며 회사의 부당함을 규탄했고, 그 뒤로는 본사 직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오고 있었다. 집회를 흘끗 보고 빠르게 점심을 먹으러 이동하는 직원들과 집회를 열고 있는 노조의 상반된 모습에 순간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노조 측은 앞으로도 끝까지 간다는 입장이다. 


최근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Work-life balance)이 중요시되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직원 복지에 힘쓰고 있다. 유연 출퇴근제, 법정 근로시간 준수 등 직원들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시대를 역행하는 황 대표의 체제 아래 롯데하이마트 책임자 그 누구에게도 회사 측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소통 부재와 책임 회피가 함께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업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과 비슷하다. 시대 흐름과 소통이 부재하면 결국 뒤처지게 된다. 특히 기업 이슈에 민감한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박혀버리면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황 대표는 지난해 이례적인 롯데그룹의 8월 임원인사를 통해 수장이 됐다. 부진한 실적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는 황 대표 혼자서 해낸 일이 아니다. 황 대표 체제 이래 직원들과의 소통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롯데하이마트가 중요시하는 ‘직원과의 신뢰’는 아직 부족해 보이는 것이 아쉽다.


sh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1-02-01 16:23:07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코인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