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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식대비 교도소보다 못 해

- 조식 1500원, 중•석식 2500원 회사 부담…교도소 한끼 1539원

- 노조, 파업 선포에도 회사와 진전 없어…”2차•3차 파업 이어나갈 것”

  • 기사등록 2020-12-22 16: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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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북유럽 감성 가구 브랜드 이케아(IKEA) 코리아와 노조간의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노조는 7개월간의 협상에도 회사 측은 식대 500원 인상만을 제시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이케아코리아가 담당하는 직원들의 조식 식대는 1500원으로 교도소 한끼 식대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이케아코리아지회는 지난 17일 오전 경기 광명 이케아 본사 앞에서 파업돌입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부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27일까지 파업을 △이케아 광명 △이케아 기흥 △이케아 고양 △이케아 콜센터 등에서 동시에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사업장 별로 다른 파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17일 오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산하 이케아코리아지회가 경기도 광명시 이케아 본점 앞에서 파업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이케아코리아 노조 제공)]

기자회견에서 박혜현 마트노조 이케아지회 기흥 분회장은 “이케아에서는 본인이 정규직인 줄 아는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이 아주 많다. 정규직이라고 채용하는데, 엄밀히 따져보니까 이건 무기계약직”이라며 “무기계약직은 승진이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업무 숙련도는 높아지는데, 받는 돈은 몇 년이 지나도 똑같은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는 숙련도가 늘어날수록 인원을 점차 줄여나갔다. 이로 인해 입사할 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일을 능숙하고 빠르게 정해진 시간 내에 소화해야 하는데, 급여는 처음 입사하며 받았던 수준에서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노조 측은 회사가 화장실 갈 시간도 주지 않아 방광염에 걸린 직원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에 따르면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은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반면 해외 법인 직원은 평균 시급 15달러(한화 1만6600원)를 수령한다. 해외 직원은 주말수당 150%, 특별수당(저녁수당) 120%를 받고 있지만 국내 직원은 이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관리자와 사원의 임금배분 배율도 해외 법인은 2:8이지만 이케아코리아는 4:6으로 적용한다. 해외 법인에서 단시간 근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는 '임금보완정책'도 이케아코리아는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이미지=더밸류뉴스(이케아코리아 노조 제공)]

이에 이케아코리아 노조는 △의무휴업일 보장 △하루 최소 6시간 이상 근무 △임금체계 개편(기본급동결, 직무수당, 근속수당, 주말수당, 상여금신설) △무상급식 △출근 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명확한 해고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 측은 지금까지 28차례 회의와 교섭을 거치며 합의점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노조 측에 따르면, 회사는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급여 관련 문제와 복리후생에 대해 일관적으로 회피해오고 있다. 아울러 12월 12일 성사된 교섭에서 회사 측은 합의된 내용을 수정해서 제안했고 노조의 핵심 요구안에 대해 식대를 500원 올려주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박 분회장은 “직원을 우습게 여기니까, 잠정 합의했던 내용도 다 수정하고 기껏 내민다는 게 식대 500원 추가 지원하겠다는 제안”이라며 “노예 취급도 모자라서 이제 거지 취급까지 당하는 기분”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현재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의 식대는 직원과 회사가 조식 1500원, 중•석식 2500원씩 1:1로 부담하고 있다. 아케아코리아가 제안 한 것은 회사가 500원을 추가 지원해 조식의 경우 직원이 1000원, 회사 2000원을 낸다는 의미다. 중•석식은 직원이 2000원, 회사가 3000원을 부담한다는 얘기다. 


노조 측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식대는 회사가 주로 담당하고 있다. 유급휴게시간 및 상여금 등도 지원하고 있으나 이케아코리아 직원들은 받지 못한다. 아울러 이케아코리아가 부담하고 있는 조식 식대의 경우 교도소 한끼 식대보다 낮았다. 현재 교도소의 한끼 식대는 1539원이다. 


노조 측은 “쟁의기간 어렵게 성사된 교섭자리에서는 핵심요구안에 대한 타결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교섭결렬 전 기 합의됐던 내용마저도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하면서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 식대 500원을 추가 부담하겠다는 기만적인 제안으로 이케아 노동자의 바램을 철저히 짓밟아 교섭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만들었다”며 “파업에 이르게 한 모든 책임은 타결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 이케아와 경영진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파국을 선택한 이케아와 경영진에 우리 노동조합은 전제 직원들의 한결같은 마음을 모아 단결투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가 지난 8월 25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케아코리아]

이케아는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구기업이다. 프레드릭 요한손 이케아코리아 대표 역시 지난 8월 25일 진행된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노사가 힘을 합쳐 '누구나 일하고 싶고,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달성해 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케아코리아 홈페이지에도 “사람 중심적인 기업으로서 직원들에게 일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밸류뉴스가 이케아코리아로부터 앞서 받은 입장문에서도 “이케아 코리아는 2500여명의 모든 코워커가 모두 공정하고 차별없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원만하게 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으며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며 “이케아는 각 국가별 최저임금, 물가, 기타 법과 규정 등을 고려하여 임금을 책정하며, 코워커가 건강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좋은 근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혀왔다.


이어 “이케아는 각 국가별 최저임금, 물가, 기타 법과 규정 등을 고려하여 임금을 책정하며, 코워커가 건강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이룰 수 있도록 더 좋은 근무환경을 지원하기 위한 복리후생을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라며 “그 일환으로 이케아 코리아는 현재 유급 휴가(연 20개) 유급 출산 휴가(여자 6개월, 남자 1개월), 모든 매장 내 어린이 집 운영(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10시30분까지, 월-토 운영) 등 포괄적인 복리후생을 제공하고 있으며, 또한 코워커의 노후를 위해 5년 근속한 전세계 모든 코워커에게 별도로 매년 연금을 추가 적립해주는 TACK!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코워커들이 변화하는 생애주기를 미리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케아코리아 직원이 물건을 옮기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이케아코리아 노조 제공)]

그러나 노조가 얘기하는 실상은 달랐다. 이와 관련해 신유정 이케아코리아 노조 사무장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문제는 이걸(기본 복지) 안 해줘서가 아니다. 우리는 이것 때문에 싸우는게 아니다”라며 “(매장 직원들은) 보통 하루에 2~3만보 이상 걷고 있다. 과하게 일하고, 허리 삐끗하고, 병원 입원하고,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일을 과하게 하고 있는데, 복지를 다 똑같이 나눈다고 하지만 (사실상) 우리는 무기한 계약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금이 5년차 근무한 사람, 1년차 근무한 사람 차이가 없고, 밥을 30분만에 먹어야 하고, 이 닦을 시간도 없이 뛰어 다녀야 하는 등 그런 식으로 근무를 했던 것을 개선해 달라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케아코리아 본사(광명)에서 일하고 있는 200여명의 직원들과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도 분통을 터트렸다. 근무를 하면서 본사 직원과 매장 직원 사이 보이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고 매장 직원들은 느끼고 있다.


신 사무장은 “우스갯소리로 쟤네(본사 직원들)는 ‘이케아코리아’, 우리(매장 직원들)는 ‘이케아꼬리’라고 말을 한다”며 “우리는 일에 쫓기면서 일을 하고 있는데, 안전화가 저 상태가 돼도 비용 절감을 운운하며 교환을 해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는 매년 실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8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2020 회계연도(2019년 9월~2020년 8월) 매출이 6634억원으로 전년비 33%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이케아 방문객은 1232만명을 기록했다.


이케아코리아 직원(왼쪽 위)이 업무를 하고 있다. 안전화(왼쪽 아래)가 다 뜯어져 있다. 직원(오른쪽)이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이케아코리아 노조 제공)]

또한 노조 측은 17일 파업 단행 기자회견에도 회사와 상황 변화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2차, 3차 파업까지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한 이케아코리아의 답변 전문이다.


• 이케아 코리아는 2500여명의 모든 코워커가 모두 공정하고 차별없는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단체협약을 원만하게 체결하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가 있으며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또한 노동조합의 합법적 쟁의행위를 존중하나, 이는 코워커와 고객의 안전 및 건강뿐 아니라 고객의 쇼핑경험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케아는 앞으로도 노동조합과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건전한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고객의 쇼핑경험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또한 앞으로도 모든 코워커에게 공평한 보상과 복리후생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사 모두에게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 이케아가 추구하는 비전과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며, 2500여명의 모든 코워커의 더 나은 근무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한국에서 더 의미있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는 앞서 더밸류뉴스가 이케아코리아로부터 받은 입장문과 같은 내용이다. 이처럼 회사 측은 현 상황에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하는 등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고 있어 노사 협상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그 문제는 이케아의 폐쇄적인 법인 행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신 사무장은 더밸류뉴스에 “우리는 욕심쟁이가 아니다. 무리한 요구를 한 적도 없다”며 “현재 회사는 말로는 대화하고 협력하자 하지만 대놓고 거짓말과 돈으로, 시간으로, 힘으로 그들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회사의 입장 메일만 본다면 마치 노조는 무조건 욕심쟁이 막무가내, 회사와 싸운다, 대립한다, 늘 박차고 일어난다 등으로 에둘러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이케아코리아가 코워커들을 ‘비용’, 즉 숫자로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비용으로 계산되는 코워커가 아니라 이케아의 잠재력 있는 투자 가치 높은 존재다. 우리를 투자의 가치로 인식하고 존중했다면 ‘500원’이라는 말도 안 되는 숫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케아 800명으로 뭉친 우리 노동조합은 회사를 적으로 몰고 싸우려 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현상을 바로잡고 그 현상이 왜 잘못됐는지를 회사가 느낄 수 있게 하려는 것이며, 코워커에 대한 인식변화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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