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4~18일)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에 삼성전자(005930)가 올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에 대해 최근 10거래일 동안 순매도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실적과 무관한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판단하고 있다. 이번 순매도에는 환차익 목적과 차익 실현 욕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 거래금액 1위 종목은 삼성전자우(005935), 2위는 삼성전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거래금액 규모는 각각 6425억원, 5975억원이다.
이 대부분의 물량을 개인 투자자들이 받아낸 것으로 현재 집계되고 있는데,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실적이 견조한 만큼 외인의 매도세를 추종할 이유가 없다고 하는 상황이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차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매수를 통해서 11월 6만원이던 삼성전자를 7만원 이상으로 안착시켜놨다”며 “11월 초 1130원에서 12월 4일 1080원까지 급락한 원달러 환율이 외인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환차익 목적의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율이 떨어지면 발생하는 수익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면서 얻을 수 있는 추가 수익을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염 차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1080원 정도의 환율이면 이제 어느 정도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며 “12월 4일을 기점으로 다음 거래일인 7일부터 순매도로 전환했는데, 공교롭게도 외인이 파는 것과 함께 환율이 똑같이 오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움직임에는 투자자본의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11월 들어온 외국계 자본은 유럽계 자금이 대다수로, 미국계 자금과 다르게 헷지펀드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룩셈부르크 같은 조세 회피 지역에 본사를 두고 공격적인 매매를 펼치면서, 단기 성향의 자금들이 삼성전자에 유입됐다가 잠시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이와 같이 실적과 무관한 매도가 이뤄졌기 때문에, 개인들이 외인의 물량을 다 받아내는 중이라는 추측이 이어진다.
10월 14일 ‘외국인 투자자 국적별 투자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외국인 투자자는 4만4318명(126개국)으로 집계됐다. 이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은 약 105조원으로 확인된다.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9269명(20.9%)이 조세회피처에 국적을 갖고 있으며, 조세회피처 주요 국적은 △케이맨제도 2898명 △룩셈부르크 2095명 △바진아일랜드 979명 등이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 오름세는 삼성전자에게 호재일 것으로 보인다. 12월 4일 저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이 이날 오후 12시 27분 1100원대로 복귀하면서, ‘원저 효과’에 따라 삼성전자의 수출 매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향후 바이든 미국 차기 대통령의 부양정책에 따라 달러 약세 및 원화 강세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이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해 또다시 연방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만큼 원화 강세 시점을 추측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당장의 원화 약세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점은 자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