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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탄소 중립’ 선언···’주먹구구에 박 터진다’ - 정부, 탄소세·탈원전 검토···당장 미세먼지는?
  • 기사등록 2020-12-11 14:3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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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현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2050 대한민국 탄소 중립 비전 선언’에 대한 연설을 시행했다. 에너지 주공급원을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고, 산업·경제·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탄소 중립을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이상적인 취지에 비해 현실성 없는 대안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오전 서울시 화곡동에서 바라본 김포공항 방향 전경. 극심한 미세먼지로 인해 안개 낀 하늘을 방불케 한다. [사진=더밸류뉴스]문 대통령은 어제 연설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고 철강, 석유화학을 비롯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우리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라며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저력이라면 해내지 못할 것은 없으며, 탄소 중립은 우리나라가 선도국가로 도약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코로나를 극복하며 세계에서 가장 빨리 경제를 회복하고 있고,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며 “’2050 탄소 중립 비전’ 역시 또 다시 세계의 모범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 중립은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되, 그래도 배출되는 양은 탄소포집 기술 등으로 제거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의미다.


이번 연설은 사실상 ‘대국민 선언’과 같은 취지다. 문 대통령은 이미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국무회의와 탄소중립 범부처 전략회의 등에서 추진을 공식화한 바 있다.


연설은 시청률 황금 시간대인 오후 7시35분부터 약 15분 동안 지상파 3사 등 6개 방송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영어로 번역돼 해외로도 송출됐다.


어제 연설에서는 퍼포먼스적으로도 많은 연출이 있었다. 국민들에게 탄소 중립의 중요성을 전달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폐플라스틱 활용 원단으로 제작된 넥타이를 맸으며, 탁상 시계는 ‘지구환경 위기시각’인 오후 9시47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연설 영상은 컬러 영상의 4분의 1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 화면으로 송출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더밸류뉴스(청와대 제공)]참 좋은 취지의 연설이다. 지구 환경을 위한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결국 문제는 실행 방안이다. 대한민국의 산업 구조가 크게 뒤바뀔 수 있는 이와 같은 정책 뒤에는 현재 우리의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 문 대통령식 탄소 중립 방안이 이상주의적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또 다시 ‘세금’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탄소세 부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에 포함된 탄소량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기업이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조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게 탄소 중립은 꽤나 큰 부담이다. 기업들은 이미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의 탄소세까지 부과될 경우 이중 과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수출 기업의 경우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현재 해외에서는 ‘탄소국경세’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EU는 탄소국경세의 도입을 이미 예고한 상태이며,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역시 앞서 탄소국경세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발표한 바 있다. 탄소국경세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물품에 부과하는 무역 관세로, 이 경우 기업들은 삼중 과세 부담까지 안을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은 탈(脫)원전 문제다. 정부는 탄소 감축을 위해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에서 신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하겠다 했음에도, 탄소 중립 전략에서 원자력 발전을 배제했다. 원전이 치명적 방사능 누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 부담이 큰 원전의 비중을 줄이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이상적 방안은 맞겠으나, 현실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뛰어나고 온실가스 배출도 없는 원전을 없애고 탄소 중립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기술 상 원자력발전의 에너지 효율성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원전 노동자들의 일자리 문제 역시 배제할 수 없다.


미국·영국·중국 등 주요 국가들이 모두 원전 활용을 탄소 중립 실현 방편으로 삼는 것 역시 이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의 전문가들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려면 30년 동안 전년비 10%씩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제조업 부문 생산이 최대 44%, 고용은 최대 134만명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미세먼지 상세예보. [이미지=더밸류뉴스(케이웨더 제공)]

거시적 차원에서 환경 문제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어제 오후 11시를 기준으로 서울은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다.


케이웨더의 미세먼지 예보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을 넘어 전국 대부분이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최소 모레까지는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머리카락 굵기 20분의1 수준인 초미세먼지는 기관지나 폐로 들어갈 경우 건강에 치명적일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미세먼지는 우리 사회에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식돼 왔음에도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탄소 중립 문제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눈앞의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욱 시급해 보인다.


‘주먹구구에 박 터진다’. 계획성 없이 그저 대강 맞춰 일을 하다가는 훗날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속담이다. 문 대통령의 탄소 중립 비전이 진정 대한민국과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일이라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야권의 주장대로 ‘탄소 중립을 문 대통령의 임기 중 성과로 못 박으려는 것 같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alleyway99@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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