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기업들이 너도나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화제다. 이에 일각에선 충분히 확보된 피험자를 통해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주가 방어에 나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예상승인날짜만 부각시킬 뿐, 임상 피험자 수 및 현황 비교에는 정작 쉬쉬했다는 지적이다.
최근 대웅제약(069620)이 자사 제품 ‘호이스타정’에 대해 국내 승인된 9건의 임상 2상 시험 중 가장 빠르게 시험 대상자를 모집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보도문에 임상 피험자 수는 언급되지 않았다. 확인 결과 임상 2상에 확보된 환자는 경증 또는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90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임상 2상 시험 중 가장 빨리 피험자를 모집한 것은 고무적이나, 2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실험 4건이 국내 임상 3상에 돌입해 2건은 이미 임상을 종료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 3상을 종료한 2건은 ‘렘데시비르’이며,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2건은 모두 제약기업 셀트리온(068270)의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CT-P59’ 관련 실험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17일 식약처로부터 CT-P59의 임상 2·3상 통합 시험을 승인 받고, 국내 의료기관을 비롯해 미국, 루마니아,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임상 2상을 진행해왔다. 이어 11월 25일 ‘CT-P59’의 임상 2상 환자 327명에게 투약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로 미루어 보아, 대웅제약의 국내 임상 2상 모집 선두 발언은, 해외 피험자가 섞여있다는 이유로 셀트리온의 임상 2상을 배제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더불어 임상 환자의 수가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는 점 역시 빠른 발표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모집이 늦더라도 타 기업처럼 비교적 충분한 피험자를 대상으로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얻어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의 경우 모더나 혹은 화이자와 같이 대규모 임상 실험을 진행하지 않은 이상, 트랙레코드(생산실적)가 중요하다고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임상 도중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데이터가 시중에 제품이 공급되면서 유효한 결과값을 갖는다는 분석이다.
트랙레코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시 코로나19 치료제 시장은 당분간 먼저 선점하는 기업이 해자를 구축할 전망이다. 향후 제품 가격 및 휴대성 등으로 선호도가 갈리겠지만 지자체 및 정부가 배포할 때는 신뢰할만한 결과값이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는 제약기업들이 앞다투어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한다고 언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