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 인수를 공식화 했다. 이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항공업이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국내 항공 산업이 재편될 전망이다. 향후 합병이 마무리 되면 32년간 이어져 온 대형항공사(FSC) 양강 체제가 끝나고 글로벌 7위급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나게 된다. 다만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3자연합과 양측 항공사의 구조조정 우려, 국내외 기업심사 등은 변수로 꼽히고 있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평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일 정부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산경장회의)를 열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기로 했다. 아울러 KDB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하는 내용을 담아 한진칼과 총 8000억원 규모의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먼저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180640)에 8000억원을 투입한다. 이후 한진칼이 대한항공에 7300억원을 투입하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에 1조5000억원 투입, 채권 3000억원 인수 순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한진그룹과 산은은 통합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해 중복 노선과 사업을 통폐합하고 각 사가 보유한 저비용항공사(LCC)도 통합하기로 했다.
앞서 산은은 지난 9월 HDC현대산업개발(29487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이 무산된 이후 국내 기업들에 인수 의향을 타진했으나, 한진그룹만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에 거래를 완료하도록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만약 현 양강 체제가 유지될 경우 항공업계에 4조8000억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거래 마무리가 길어질수록 양측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향후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10위권 안의 항공사로 도약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지난해 여객 및 화물 운송 실적 기준을 보면 대한항공이 19위, 아시아나항공이 29위였는데 양사 운송량을 단순 합산하게되면 세계 7위권을 기록하게 된다.
전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이사회에서 인수를 확정하고 “항공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최소한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경영권 분쟁을 이어오고 있는 3자연합과의 갈등은 극에 달할 전망이다.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향후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마무리되면 산은은 한진칼의 3대 주주(10.66%)가 되는데, 산은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분류돼 3자연합의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된다.
3자연합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 반도건설로 구성돼 있으며 현재 한진칼의 최대 주주다. 3자연합은 한진칼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현재 47.71%를 보유하고 있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41.3%) 보다 6.41% 많다. 향후 산은이 한진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신주 발행(706만2146주)으로 조 회장 측 지분은 47%로 급상승하는 반면 3자연합 지분율은 40%대로 떨어진다.
이에 전일 KCGI는 입장문을 내고 "조원태 회장의 단 1원 사재출연도 없이 오직 국민의 혈세만을 이용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방어하고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반대한다"며 "조 회장의 사적이익을 위해 국민혈세 및 주주와 임직원을 희생시키는 이런 시도에 대해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KCGI는 이날도 연이어 입장문을 발표하며 "아시아나항공을 실사 등의 절차와 충분한 논의 없이 한진그룹이 전격 인수하는 것은 조원태 회장이 국민의 혈세를 통해 10%의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결과만 낳는다”며 “이는 다수의 다른 주주를 희생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인력 및 구조조정 또한 변수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만8000여명, 90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양측의 국내 직원 70% 가량이 휴직 중인 것을 고려하면 인수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이 있을 수 있다. 또 양측에서 중복되는 인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중복 인력은 600~1000명 수준으로 자연감소 인력 등을 감안하면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역시 “거래가 마무리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향후 두 항공사의 노선이 조정될 경우 인력 조정은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양측은 미주·유럽 등 장거리 노선을 비롯해 상당 부분의 노선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양측 직원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양사 노조는 인수가 결의 당일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밀실 협상을 즉시 중단하고 합의 내용을 공개하라”고 밝히며 노사정 협의체를 구성해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도 풀어야 할 숙제다. 양측이 국제 노선을 보유하고 있어 합병을 위해서는 일단 국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해외에서도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다만 국내의 경우 이번 결합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공정위 결합 심사는 상대적으로 긍정적인 편이다.
문제는 해외인데 미국, 중국, 일본은 기업 결합을 권장하고 있지만 유럽연합(EU)의 경우 해외국가의 기업결합심사는 보수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 불허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기업의 지위가 확고해지면 항공사의 가격 결정권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다만 이번 위기를 넘길 경우 두 회사의 시너지는 막대해질 전망이다. 향후 인수가 마무리되면 국내 유일의 FSC로 재탄생하게 되며 합병 이후 경쟁 완화에 따른 수혜 역시 기대된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양사가 여객 부문 인력과 조직을 최대한 보존한 채 코로나19의 충격이 사라질 때까지 버틸 수 있다면 정부입장에서는 고용 충격을 줄일 수 있고 양사는 여객 시장 회복 시 수혜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