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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금법’ 시행령 발표…가상화폐 거래소, 은행이 '좌지우지'

-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 해외로 발길 돌릴 가능성 多

  • 기사등록 2020-11-03 13:5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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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허동규 기자]

앞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영업을 하려면 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 위험도를 평가받아야 한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특금법(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실명확인계좌’를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은행이 거래소 사업자의 존망에 결정적 역할을 해 향후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 특금법 시행령 주요 내용. [이미지=더밸류뉴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관련 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2일 입법예고했다. 대상은 가상자산의 매도·매수, 교환 등을 영업하는 경우로 가상화폐 사업자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또한 사업자가 취급할 수 있는 자산범위에서 선불카드, 모바일 상품권 등을 제외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시행령 사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실명확인계좌를 위한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특금법이 시행되면 내년 3월 25일부터 가상화폐 사업자들은 금융정보분석원(FIY)에 허가를 받아야 영업할 수 있다. 


사업자들은 총 5개의 조건을 만족하면 실명계좌를 발급받을 수 있다. △고객 예치금을 분리 보관할 것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할 것 △신고 불수리 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것 △고객의 거래내역을 분리 보관할 것 △금융회사 등은 AML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할 것 등을 지켜야 한다. 


이들 중 ‘금융회사 AML 위험 평가’에서 은행의 판단이 개입된다. 즉 은행이 자금세탁방지 허가를 안 해줄 시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실명계좌를 확보해도 3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하기에 은행-가상화폐 사업자 간의 갑·을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현재 은행에게 AML 평가를 받고 실명확인계좌를 사용하는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이 전부다. 게다가 2017년 이후 은행들은 추가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은행의 소극적인 실명계좌 제공은 향후 AML 평가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더밸류뉴스(픽사베이 제공)]

이러한 국내 정부의 규제와 높아지는 진입장벽은 우리나라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갈 유인을 제공해줄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는 점점 더 가상화폐 시장을 키우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 최초 가상화폐로 원유, 농산물과 같은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선물거래를 허용했고 싱가포르는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받지 않고 있다.


해외 기업들도 규제 완화에 발맞춰 잇따라 가상화폐 사업 투자에 뛰어들며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미국 온라인 결제기업 페이팔은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몇 주 이내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비트코인 수탁업체인 비트고(BItGo)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으로 기업의 존속이 불확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대형 거래소 이외에는 대부분 기업이 특금법 기준을 충족하기 힘들 것으로 보여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ebing7@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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