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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정지선·정교선 형제 '경영분리' 어떻게?...HCN 매각 '내부거래' 회피용?
  • 기사등록 2020-07-29 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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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현대백화점그룹이 HCN 매각 자금을 어디다 쓸지를 두고 일각에서 정지선·정교선 두 오너가 '형제경영'을 지속하되 '경영분리' 방식을 취한 형태의 현대백화점 분리를 실행하는 신호탄으로 보고있다. 굳이 '경영분리'를 원하는 까닭은 두 형제 계열사간 '내부거래'가 심각하기 때문. 이를 해소하기 위해 HCN 매각도 서둘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는 코로나19 가운데도 면세점 확장에 나서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현대백화점그룹 제공)]

29일 현대백화점 등에 따르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최근 HCN 매각 대금으로 받은 1조원 이상 현금을 통해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M&A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표적으로 현재 추진 중인 SK바이오랜드 인수건 역시 현대HCN이 주축이 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그 동안 많은 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다. 정 회장은 2010년 현대백화점그룹 창립 39주년을 맞아 열린 비전 선포식에서 “대규모 M&A 등을 통해 그룹과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검토하겠다”고 직접 언급하는 등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실제로 정 회장은 2010년 들어 거의 1년에 1개꼴로 기업을 사들여 왔다. 2012년에는 패션기업 한섬과 가구업체 현대리바트를 인수했는데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의 가장 큰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 했다. 이외에 2011년 LED조명업체 반디라이트(현대LED), 2013년 식품 가공업체 씨엔에스푸드시스템, 2015년 건설·중장비업체 에버다임(940억원), 2018년에는 건자재 업체 한화L&C(현 현대L&C)를 품으며 전방위로 사업 영토를 확장했다. 최근에는 기능성 화장품 전문기업 ‘클린젠 코스메슈티칼’의 지분 51%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왼쪽에 있는 인물이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가운데 인물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더밸류뉴스(현대백화점그룹 제공)]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그룹내 순환출자고리 해소에 나섰다. 동시에 정지선 회장이 백화점 등 유통사업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이 현대그린푸드의 식품사업 등 비유통사업을 맡게되는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 두 회사를 중심으로 형제경영을 시작한 셈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오너일가의 지분변동을 예상했다. 현행법상 오너일가 지분율이 30% 이상인 상장사 기준 내부거래 200억원 이상, 매출의 12% 이상이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도 내부거래 규제대상이 된 상태였다. 현재 정 회장 형제를 비롯한 오너일가는 현대그린푸드 지분을 38.4% 보유 중이다.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액은 최근 3년간 줄곧 2000억원을 상회했다.


현대그린푸드가 신사업을 추진하며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겠다고 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오너일가의 지분조정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중론이었다.


여기서 계열분리 시나리오도 제기됐다. 정지선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지분 약 12%를 매각하고 현대그린푸드가 갖고 있던 현대백화점 지분을 매입한다면 일감 몰아주기 해소와 함께 계열분리는 물론 향후 승계작업도 원활해진다는 평가다. 일석이조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설사 계열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로 또 같이’ 차원의 경영분리는 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정 회장이 현대그린푸드 대표에서 물러났지만 사내이사직을 유지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 역시 지난해 현대백화점 사내이사로 선임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은 각자 사업영역을 존중하면서 연결고리는 끊지 않는 형제경영체제를 구축하고 있다”면서 “내부거래 문제가 얽혀있는 가운데 HCN 매각 자금으로 어떤 해법을 꺼낼지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creator20@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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