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25년 경력의 협상가 유명희, WTO 첫 여성 사무총장 도전 - 차기 WTO 사무총장 출마 공식 선언…당선시 한국인·여성 최초 사무총장 - "국제공조체제 강화가 우리 국익제고에 중요하다 판단"
  • 기사등록 2020-06-24 15:20:16
기사수정
[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전 세계 무역체계를 조율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신임 사무총장 선거에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WTO의 협상기능 복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조 등 포부를 밝혔다.


24일 유 본부장은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WTO 사무총장 출마를 결정했다”며 “스위스 시간으로 오늘 중 주 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일반이사회 의장 앞으로 입후보 의사를 공식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욕심이었다면 이 자리에 도전할 의지도 가지지 못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수십년간 발전하면서 협력과 연대의 중간국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런 대한민국을 대표하기 때문에 용기와 의지를 가질 수 있었고 관계부처와 합심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25년의 공직생활 기간 동안 꾸준히 통상분야에서 일해 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 네트워크를 WTO의 개혁과 복원에 활용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직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유 본부장은 현재 WTO가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혁신과 같은 21세기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상소기구 운영이 중지되며 분쟁 해결 기능도 실효성을 잃은 상태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새로운 무역협상 타결에 실패하며 WTO는 설립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나라를 대표해 다른 나라들의 후보자들과 치열한 경합의 길로 들어선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이어 "WTO의 교역질서와 국제공조체제를 복원하고 강화하는 것이 우리 경제와 국익 제고에 중요하다"며 "또한 우리의 높아진 위상과 국격에 걸맞게 국제사회의 요구에 주도적으로 기여할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유 본부장은 특히 WTO의 위기 극복을 위해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대립을 조율할 수 있는 중견국(middle power)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간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한국은 무역을 통한 성장 경험과 비전, 다수의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면서 신뢰를 쌓아온 역량을 바탕으로 개도국과 선진국간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WTO가 21세기 통상환경에 맞게 개편되는 데에는 회원국들간 신뢰와 통합이 필요한 만큼, 중견국인 한국이 이 부분에서 주도적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 본부장은 WTO 본연의 역할인 협상과 중재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협상기능을 복원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실성을 가질 수 있도록 WTO 협정을 업그레이드하고 분쟁해결제도와 전자상거래 등 국제규범의 재정비가 시급한 분야에서 조기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글로벌 위기인 코로나19 극복을 위해서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회원국들의 요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여러 도전에 기민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를 통해 국제적 위기대응 공조를 선도하는 WTO로 그 역할과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제10차 회기간 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WTO는 로베르토 아제베도 현 사무총장이 임기만료 1년 전인 8월 31일 조기 사임를 밝히며 후임 사무총장 선정 절차에 착수했다. WTO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며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다. 현재까지 WTO 신임 사무총장에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후보는 유 본부장을 포함해 총 5명이다. 


멕시코의 헤수스 세아데 외교부 북미외교 차관,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세계백신면역연합(GAM) 이사장, 이집트의 외교부 출신 하미드 맘두 변호사, 몰도바의 투도르 울리아노브스키 전 주제네바 몰도바 대사 등이다. 그러나 후보 등록 마감이 다음달 8일까지인 만큼 후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회원국들이 2개월간 후보자를 1명으로 압축해 만장일치로 추대하는 절차를 밟는다.


통상 선거운동은 3개월이지만 현 사무총장이 돌연 사임을 발표해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서는 이런 과정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유 본부장은 통상교섭본부장 직을 겸임하며 선거운동을 하게 된다. 그간 WTO는 여성 사무총장 배출 전례가 없었기에 향후 당선이 되면 유 본부장은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된다.


차기 총장은 향후 4년 임기 동안 미·중 무역 분쟁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흔들리고 있는 WTO 체제를 복원하는 임무를 지게 된다. 향후 유 본부장이 차기 총장으로 선임되면 무역 의존도가 높고 일본과의 수출규제 갈등을 겪고 있는 한국이 여러 방면에서 큰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 본부장은 국내 최고의 여성 통상전문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영문과 출신으로 행정고시 35회 합격, 1992년 공직에 발을 디딘 후 대부분 통상분야에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유 본부장은 이후 2018년 통상교섭실장(1급)에 올랐고 지난해 2월 통상교섭본부장(차관급)으로 선임됐다.


정부는 이날 중으로 주제네바대표부를 통해 WTO 사무국에 유 본부장의 입후보를 공식 등록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산업부, 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유 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입후보 활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sh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TAG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0-06-24 15:20:1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삼성SDS
버핏연구소 텔레그램
기획·시리즈더보기
재무분석더보기
제약·바이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