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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신한은행이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철회했다. 신한은행은 주거 안정을 위해 비아파트 주택에도 전세 대출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며 계획을 뒤집었지만 뒷 맛이 영 찝찝하다. 왜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을 계획을 처음부터 숙고해 발표하지 못했을까?


남대문 신한은행 본점 전경 [사진=더밸류뉴스(신한은행 제공)]신한은행은 12일 “전세 대출 중 아파트 외 주택 임차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상품의 신규 중단을 계획했으나 이를 보류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작년 말 대비 2조6622억 늘었고 신규 전세대출 중 아파트 외 주택의 비중도 올 1월 19%에서 4월 22%로 증가했다”며 중단을 결정했던 배경을 설명했다. 가파른 전세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었다는 해명이다.


하지만 실제 아파트는 KB시세나 한국감정원 시세가 표준화가 돼 있어 심사 절차가 간단한 반면 빌라는 시세가 불투명해 심사가 어렵기 때문에 대출 항목에 잘 넣기 힘들다. 정부의 권고 없이는.


아니나 다를까 대출 증가속도를 늦추겠다는 이유로 특정 유형의 주택을 차별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 금융당국과 금융권에서 바로 나왔다. 전세대출 증가세가 부담스러웠다면 전셋값 오름폭도 크고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큰 아파트 전세대출을 줄이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코로나 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을 우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주택 시장의 취약계층인 빌라·다세대 세입자의 대출을 제한하는 셈이 된다.


다가구 주택은 구분등기가 안 돼 있어 세입자 간 보증금 분쟁이 생기거나 보증금을 날리는 경우도 있어 비아파트가 아파트에 비해 대출 절차가 복잡하고 부실 위험도 비교적 크기 때문이다.


이번 대출 중단 조치가 코로나 이후 비아파트 주택의 집값 하락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셈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사진=더밸류뉴스(신한은행 제공)]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금융당국은 신한은행의 조치가 다른 은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즉시 번복토록 권고했다. 다른 은행까지 비아파트 대출을 줄이면 빌라 사는 사람은 전세대출도 못 받고 반대로 아파트에는 수요가 몰려 전세가가 폭등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전세자금대출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도 “신용·담보가 없어 대출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전세 자금을 대출받게 하는 것이 공적보증 공급의 취지”라며 이러한 우려를 12일 오전 신한은행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신한은행은 15일부터 비아파트 전세담보대출 취급을 중단한다는 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이 실수요 자금이고 서민 주거용 자금인 점을 고려해 대출을 중단하지 않기로 했다”고 최종 입장을 밝혔다. 문서에 잉크도 채 마르지 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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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5-12 2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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