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이커머스(e-Commerce)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핵심 인프라 ‘풀필먼트(fulfillment)’ 시장에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풀필먼트란 상품의 입고부터 보관, 포장, 운송, 반품 처리 등을 통합해 관리 하는 것을 말한다. 업체가 자체 물류망을 가지고 있어 고객이 밤 늦게 온라인으로 쇼핑을 해도 다음날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지난 19일 CJ대한통운은 LG생활건강과 풀필먼트 계약을 맺고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서 판매되는 LG생활건강 상품을 고객에게 24시간 내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커머스 전문 풀필먼트 서비스로 ‘CJ대한통운 e-풀필먼트’로 부른다.
기존에는 온라인 몰에서 상품을 구매하면 당일 오후 3시까지 주문을 해야 다음날 배송이 가능했지만, 풀필먼트는 밤 12시까지 주문해도 다음날 상품을 받을 수 있다. 풀필먼트 서비스는 판매자 상품을 기존 유통·제조사 물류센터에서 허브터미널로 보내는 단계가 사라져 주문과정이 짧아진 것이다.
물류업계에서 풀필먼트 서비스는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들과 DHL, 페덱스, UPS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 역시 이를 통해 기존과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 물류시장 역시 풀필먼트 서비스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우리나라 풀필먼트 시장규모는 올해 약 1조8800억원에서 2022년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G마켓, 옥션 등을 운영 중인 이베이코리아 또한 자체 전담 배송 서비스 '스마일배송'을 통해 풀필먼트 플랫폼을 확장한다.
이베이코리아는 자사 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과 IT를 접목해 상품 품목 수(SKU)가 많고 대규모가 아닌 산발적인 출고가 발생하는 다품종 소량의 이커머스 물류에 최적화시켜 높은 효율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가동을 시작한 이베이코리아 동탄물류센터는 물류서비스 스마일배송을 지원한다. 스마일배송은 이베이코리아가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인 풀필먼트 플랫폼 서비스다. 풀필먼트 플랫폼은 물류 대행뿐만 아니라 G마켓과 옥션을 통한 판매로도 이어진다.
이베이코리아는 물건 직매입 형식 배송에서 벗어나 판매고객 물류 애로사항을 돕기 위해 물건을 처리하는 제3자물류를 고도화했다. 판매고객은 상품 재고 보관-작업-배송-CS대응으로 이어지는 풀필먼트 전 과정을 스마일배송 플랫폼에 입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5년 스마일배송서비스에 최적화된 물류관리시스템인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를 자체 개발했다.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물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지속적으로 AI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 대형 판촉행사에 참여할 때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판매 대금 정산이 주문 다음날 바로 이뤄져 중소 판매자 자금 회전에 도움을 준다.
중소 셀러들에게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 중소 셀러들은 주문 물량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고 프로모션이나 명절 등이 겹쳐 갑자기 온라인 주문이 밀려도 물류 담당 직원을 제때 충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편의성 때문에 스마일배송의 올해 1, 2월 총 거래액은 전년비 1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54억원, 615억원으로 전년비 12%, 27% 증가했다. 이베이코리아의 온라인몰에서 거래된 상품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18조원에 달했다. 이어 쿠팡 약 12조원, 11번가 약 9조원 등 순으로 거래액을 기록했다.
또 다른 국내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언택트 소비가 증가하면서 최근 물동량이 월 7000만 박스 수준으로 상승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순 환산시 연간 물동량은 7억 박스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택배 시장 물동량에 쿠팡 물량을 포함할 경우 쿠팡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에서 16%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며 “쿠팡의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쿠팡의 경쟁 플랫폼업체와 물류업체간의 연합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쿠팡과 같은 초기 대규모 손실을 감수하지 않는 한 물류 아웃소싱이 절실해 질 것이고 택배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물량 확보와 점유율 수성을 위한 대형 화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택배업 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고 업체간의 원가 경쟁력 차이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커머스업체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쿠팡과 유사한 수준의 배송 경쟁력(배송 시간 및 균질성 등)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에서 대규모 풀필먼트 서비스가 가능한 업체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CJ대한통운 등 대형 택배사에 대한 이커머스 업체에 대한 협상력은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원가 경쟁력과 서비스질이 떨어지는 하위 업체들은 입지 약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추세가 지속된다면 2~3년 안에 쿠팡의 배송 단가는 3000원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의 단가 경쟁력은 최근 단가 인상 추세(연간 2%)를 유지하더라도 향후 5년 간 경쟁력 유지가 가능한 반면 하위업체는 쿠팡과의 단가 경쟁이 머지 않은 현실로 다가올 것으로 분석된다.
이마트는 식품 온라인 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2018년 이후 급속한 식품 온라인 시장 확대로 Capa(생산 능력) 부족과 오프라인 부진, 경쟁심화 어려움이 있었지만 풀필먼트와 후레쉬센터, 오프라인 점포 등 식품 온라인 인프라 측면에서는 독보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올해 2월 이마트는 김포제2물류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총 3개 물류센터에서 2~3만개(이마트 전체 SKU는 약 6~8만개)SKU를 하루 7만건 이상 발송할 수 있게 됐다. 오프라인 매장 PP(Picking & Packing) 센터까지 합하면 12만개를 발송할 수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를 통해 이마트몰 매출만 월 1600억원으로 예상되며 이 가운데 식품 비중이 75%, 신선식품은 35%일 것”이라며 “이마트의 식품 온라인 배송차량은 2500대 지입차 형태로 대부분 냉장탑차이며 이는 2018년 대비 두 배 이상 증설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