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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發 경제위기 오나...금융위기 쇼크 넘어설 가능성 - 코로나19가 부채 위기 불러올 가능성
  • 기사등록 2020-03-12 07: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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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조창용 기자]

“코로나19 때문에 아예 사회가 작동하지 않고 있잖아요. (해외에서 보는 것처럼) 올해 성장률이 0% 초반까지 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때 등장할 대책은 과거 위기 대응과 같지는 않을 겁니다.”


지난 10일 이데일리가 만난 이인호(63) 신임 한국경제학회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이 느끼는 위기감은 예상보다 컸다. 그는 "과거 외환위기,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실물발(發) 위기가 발생할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이전 위기는 드러난 위기의 실체가 분명했다. 지금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무너지는 것 아닌가. 저녁 약속을 안 하지 않나. 이들이 가진 부채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큰 바위 몇 개가 넘어진 게 아니라 모래더미가 엎어지는 셈이다. 수습을 위해서는 수천 수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다 막아줘야 하는 거여서 대책을 세우기 쉽지 않다. 실물로부터 시작하는 첫 경제위기 사례다. 올해 0% 초반 성장률에 그칠 정도로 어려울 수 있다."고 현재 국내 경제 상황을 비관적으로 진단했다.


투자은행(IB) 노무라도 올해 최악의 경우 한국 경제 성장률이 0.2%로 추락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 정도면 1998년 외환위기(-5.1%)와 1980년 오일쇼크(-1.6%) 이후 최저다. S&P(1.1%), 무디스(1.4%) 등 신용평가사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여파를 가장 빠르게 나타낸 건 글로벌 증시였다. 지난 9일(현지 시간) 미국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하루 새 7.60%나 폭락했다. 1987년 10월 19일 블랙 먼데이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에 이어 역대 7번째로 큰 일일 하락폭을 기록했다. 증시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나타내는 ‘VIX지수’도 54.46까지 치솟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치(59.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코로나19라는 방아쇠가 글로벌 경제의 부채 위기를 당길 수 있다는 우려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익일물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오는 12일까지 1000억 달러에서 1500억 달러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레포 거래는 일정 기간 내 되파는 조건으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이 공급된다. 돈을 풀어 시장 혼란을 안정시키는 전략을 다시 선택한 것이다.


문제는 최근 10년간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글로벌 부채 규모다. 국제경제연구소(IIF)의 ‘2020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까지 전 세계 부채는 257조 달러(약 30경7000조원)로 추산된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채 위기에 시달렸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레바논 등은 빚 위기에 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와 유가 충격은 하이일드(고위험·고수익) 채권과 레버리지론,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등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금융시장 불신은 전염 효과가 있어 은행간 달러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관건으로는 중국의 글로벌 부품 공급망 회복의 장기화 여부가 거론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등 파생상품 위기가 금융시장 패닉을 불러 실물위기와 기업 신용경색으로 발전한 사건이었다.


반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부품공급 사슬이 막히고 전 세계 제조업 가동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상품을 팔수 없게 되는 상황을 초래했다. 기업의 자금줄이 묶이면서 금융시장 경색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전염병 예방을 위한 비대면 조치가 강화되면서 소비마저 급속히 얼어붙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사스(SARS)가 발생한 2003년과 비교해 국내총생산(GDP)은 3.9배, 무역규모 2.2배로 불어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체인 경색이 향후 3개월 이상은 지속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이보다 더 오래 지속될 경우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유럽과 미국의 확진자 급증세가 팬데믹으로 발전한다면 세계 경기가 동반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을 더 불안하게 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정부나 통화당국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소진 상태라는 것. 골드만삭스는 9일 뉴욕 증시 폐장 후 발간한 보고서에서 “미국 기준금리가 제로(0) 금리로 되돌아가고 유럽중앙은행(ECB) 등도 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2008년 이후 이미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금리 상황에서 추가로 기준금리를 낮춰봤자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3일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지만 엿새 만에 뉴욕증시 폭락 사태가 발생한 게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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