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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버는 돈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 더 많아

- 회계처리 방식 변경으로 리스비용 이자에 포함..."업황 악화로 지속적인 자본확충 압박"

  • 기사등록 2020-01-13 17: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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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더밸류뉴스= 신현숙 기자] 제주항공이 버는 돈 보다 이자로 나가는 돈이 더 많아 재무 상태가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제주항공의 분기보고서에 의하면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이자비용은 237억3103만원으로 2018년 3분기(누적 기준) 4억8341만원보다 232억4762억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전년비 4809.11%나 급증한 것이다.

 

제주항공 3분기 기준 이자비용. [사진=제주항공 분기보고서]

제주항공의 3분기 이자비용이 증가하며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도 급속도로 악화됐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영업이익)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이다. 보통 이자보상배율은 높을수록 좋은데 1배 이하로 떨어지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보다 갚아야 할 이자 비용이 더 많은 상태를 말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이자보상배율은 0.49배이다. 2018년 3분기 이자보상배율이 199.04배 인 것을 감안하면 크게 악화된 것을 알 수 있다. 이익은 감소했지만 이자비용이 늘어 이자상환 능력이 나빠진 것이다.

 

이는 올해부터 회계처리 방식이 바뀌면서 리스 비용이 이자비용에 포함된 데 따른 것이다. 이자비용으로 계산되지 않았을 뿐 기존에 존재했던 비용인 셈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리스부채는 214억6295만원이다.

 

제주항공 측은 “지난해 리스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 변경으로 항공·조선·해운업계가 영향을 받았다”며 “제주항공의 이자비용이 크게 불어난 것도 이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새로 도입되는 항공기 6대에 따른 비용 증가도 있지만 이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은 회계처리 기준으로 이자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했지만 문제는 현재까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는 벅차다는 점이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3분기(누적 기준) 영업이익은 121억6714만원으로 전년 동기(958억1614만원) 대비 87.3%나 급락했다. 지난해 3분기 이자비용(237억3103만원)과 영업이익(121억6714만원)을 비교하면 이자비용이 115억6389만원 가량 많아 번 돈으로 이자를 갚기에는 부족한 상황이다.

 

항공업계에 새로운 회계처리 기준이 적용됐지만 제주항공의 이자보상배율은 타 업체에 비해 하락 폭이 유독 큰 것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대한항공의 이자보상배율은 2018년 3분기 1.6에서 2019년 3분기 0.29로 떨어졌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3분기 1.6, 지난해 3분기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티웨이항공은 2018년 3분기 109.3에서 2019년 3분기 0.08로 하락했다. 에어부산도 2018년에는 11.0, 지난해 3분기에는 마이너스였다.

 

항공기업 이자보상배율. [사진=더밸류뉴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2월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2월 31일로 예정됐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한차례 연기하고 올해 1월 중 체결하기로 했다.

 

이는 열악한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 총계는 253억원으로 부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자본금은 485억7000만원인데 총 부채규모는 1224억9400만원이다. 최근까지도 부진한 항공업황을 고려한다면 추가 결손금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수 후에도 제주항공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신주 발행을 통한 자본금 확충에 나서야만 한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본계약 체결 후 이스타항공의 추가결손금 확인과 더불어 경영상황을 재점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제주항공이 추가로 투입해야 할 자금규모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황 악화는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에게 지속적인 자본확충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본확충 압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sh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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