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신현숙 기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지난 25일 성탄절 이 고문의 집에서 있었던 말다툼 소동을 두고 공동의 사과문을 내놨다.

집안 싸움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이는데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30일 이 고문과 조 회장은 공동 명의의 사과문을 통해 "지난 크리스마스에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집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원태 회장은 어머니인 이명희 고문께 곧바로 깊이 사죄를 했고 이명희 고문은 이를 진심으로 수용했다"며 "저희 모자는 앞으로도 가족 간의 화합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유훈을 지켜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사진=한진]

이날 사과문은 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벌어진 모자(母子)의 싸움 때문이다.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가족 회동을 위해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이 고문의 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이 고문이 경영권과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동이 벌어지면서 이 고문 등이 경미한 상처를 입었고, 이 자리엔 조현민 한진칼 전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고문 측은 조 회장이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집안 유리를 박살냈다며 이 고문이 다친 것과 깨진 유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회사 일부 경영진에게 전달했다. 이 고문은 회사에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외부에 사건이 알려졌고 업계에서는 그룹 경영권을 두고 총수 일가의 갈등이 격화된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내놨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23일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왔고 지금도 가족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조 전 부사장과 조 회장의 남매 갈등이 벌어진지 이틀도 채 지나지 않아 모자 갈등이 벌어지자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모자가 사과문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모자가 발빠르게 사태 봉합에 나선 것은 경영권 유지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포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더밸류뉴스]

한진칼은 한진그룹의 지주회사로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까지다. 만약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 조 회장은 한진그룹 경영권을 잃게 된다. 

 

30일 기준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6.52%,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5.31%로 구성돼 있다. 기타 특수관계인 4.15%를 더한 현재 조 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는 28.94%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 추이는 0.03%에 불과해 조 전무와 이 고문이 어느 쪽에 서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정해질 전망이다.

 

한진칼의 1대 주주는 이른바 강성부 펀드라 불리는 KCGI로 17.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어 델타항공이 10.00%, 대호개발 등 반도건설 계열사가 6.28%, 국민연금이 4.11%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향후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다른 가족들이 반대세력으로 돌아서면 지분율이 낮은 조 회장에게는 큰 타격이다. 이미 KCGI가 17%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어 우호지분이 KCGI와 손을 잡으면 경영권 방어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30일 한진칼 주가. [사진=네이버 증권]

30일 장마감 기준 한진칼과 한진칼우의 주가는 각각 4만원, 6만2500원으로 전일비 200원(0.50%), 2200원(3.65%)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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