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밸류뉴스=이경서 기자]

재무 위기 때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뜻하는 RBC(지급여력)비율이 전분기말보다 8.5%포인트 개선됐다. 최근 시장 금리가 내려가며 보험사가 투자한 채권의 평가 가격은 반대로 오르는 반사 이익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이 23일 발표한 ‘2019년 6월말 기준 보험회사 RBC비율 현황’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국내 54개 보험사의 RBC 비율은 평균 282.4%로 3월 말(273.9%)보다 8.5%포인트 상승했다. 보험금 지급의무이행을 위한 기준인 100%를 크게 상회한 값이다.

 

RBC비율 변동 추이. [사진=금융감독원]

RBC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지표로 보험사가 보유한 자본(가용자본)을 위험 발생 시의 손실액(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한 번에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RBC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줄 능력이 좋다는 뜻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RBC 비율이 100%를 넘도록 유지해야 하며 금감원은 150%를 넘도록 권고하고 있다. 100% 미만이면 경영 개선 권고·요구·명령 등 적기 시정 조치를 하고, 150% 미만일 경우 감독 당국이 경영진 면담 등 사전 관리를 시작한다. 

 

보험사 RBC 비율은 지난해 말 261.2%로 하락했다가 올해 3월 말 273.9%로 지난해 말보다 10% 이상 개선됐다. 6월 말에도 오름세를 지속했다. 

 

이는 RBC 비율의 분모에 해당하는 요구자본이 1조9000억원 증가한데 비해 분자에 해당하는 보험사의 가용자본이 9조7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장 금리 하락으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의 평가이익이 증가하며 기타포괄손익이 7조7000억원 늘었고, 올해 2분기 당기순이익이 1조6000억원을 기록한 것이 자본 증가에 도움이 됐다. 

 

보험사별 RBC비율 현황. [사진=금융감독원]

업권별로는 24개 생명 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이 296.1%, 30개 손해 보험사의 평균 RBC 비율이256.9%로 석 달 전보다 각각 10.7%포인트, 4.8%포인트 올랐다.

 

전체 24개 생명 보험사의 RBC 비율이 금감원의 권고 지도 비율인 150%를 넘었지만, 30개 손해 보험사 중에는 MG손해보험(130%)과 롯데손해보험(140.8%)이 권고 기준인 150%에 미치지 못했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 경영 실적 악화로 RBC 비율이 90% 아래로 떨어지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 및 요구 조치를 받았다. 올해 6월에는 경영 개선 명령을 받고 2000억원 규모 자본 확충 및 재무 구조 개선 방안을 담은 경영 개선 계획안을 당국에 제출해 지난 18일 금융위원회가 조건부 승인을 한 상태다.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6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계정의 신용·시장위험액 반영(70%)으로 요구자본이 크게 증가하면서 RBC 비율이 전 분기 대비 22.3%포인트 하락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롯데손보를 인수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KL파트너스 측이 조만간 롯데지주로부터 경영권을 넘겨받은 후 3750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가 이뤄지면 RBC 비율이 다시 올라갈 것이라 보고 있다. 

 

푸본현대생명의 RBC비율은 221.0%로 금감원 권고치를 상회하나, 3월 말에 비해 83.2%포인트 급락했다. 해당 보험사는 퇴직연금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공시이율을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했다가 위험 반영 비율이 상승하면서 RBC 비율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향후 RBC 비율이 취약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자본확충 및 위기상황분석 강화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도록 감독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lks@thevaluenews.co.kr

[저작권 ⓒ 더밸류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