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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기교수의 경제 이야기] 숫자로 살펴보는 엉뚱한 사람들의 해피엔딩 - 손정의와 레이 달리오의 창업 이야기
  • 기사등록 2019-09-20 15: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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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 윤진기 교수]

‘엉뚱하다’라는 개념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름을 나타내거나 말이나 행동이 분수에 맞지 않게 지나침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그런데 세상은 엉뚱하게도 과대망상증 환자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성공 소식을 더 많이 전해준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상식을 강조하지만 세상은 그 반대로 작동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때로 사람들은 숫자로 자신의 엉뚱함을 증명한다.

 

만약에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종업원이 두 명밖에 없는 회사의 나이 어린 사장이 어느 날 아침조회에서 사과궤짝을 가져다 놓고 그 위에 올라서서 “5년 후에는 매상고 1000억 원, 10년 후에는 5000억 원이 되고 마침내는 매출액이 수십조 원에 이르게 되고 사원수는 1만 명에 이르게 될 것이다.”라고 하면서 30분 이상을 떠벌이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과대망상증 환자라고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사과궤짝 위에 올라 호언장담을 하던 그 젊은이는 후일 중국 전자상거래의 미래를 꿰뚫어보고 전문가도 아닌 전직 영어교사가 창업한지 2년밖에 안 되는 회사인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대략 204억3천만 원)의 큰돈을 투자했다. 그때 사람들은 사과궤짝 위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고 오랫동안 생각하고 자신의 사업을 설계한 통찰력 있는 한 젊은이의 야심찬 계획이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 청년이 소프트뱅크그룹 손정의 회장이다.

 

손정의 회장은 금년(2019) 7월에 1080억 달러(약 127조8800억 원) 규모의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Softbank Vision Fund)’ 2호를 설립하여, 세계 각국 AI(인공지능) 혁신 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세상에 알렸다.

 

투자업계에도 유사한 인물이 있다. 1980년대 초에 “이론적으로 세계의 모든 사실을 입력해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가 있다면 그리고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 사이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완벽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믿고, 투자시스템을 만들기 위하여 방대한 분량의 경제와 시장 데이터를 수집하고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컴퓨터에 이들을 입력하는 자가 있다면 그도 영락없이 과대망상증에 걸린 환자로 분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사람이 방이 두 개 있는 아파트에서 침실 하나를 사무실로 사용하며 자신의 사업(선물헤지 업무에 대한 자문)을 시작한 레이 달리오(Ray Dalio)이다. 그는 한 때 투자 판단에 실패하여 월급을 줄 수 없어 몇 되지도 않는 직원들과 사랑하는 동료를 눈물로 떠나보내고 회사의 직원이 그 혼자였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그가 구축한 시스템으로 마침내 직원 1,500명이 일하는 헤지펀드 회사 브리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를 만들었다. 브리지워터는 역사상 어떤 헤지펀드 회사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회사 직원이 10명이 넘었을 때를 회상하며, “소수의 똑똑한 사람이 몇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장비를 잘 갖춘 거대한 투자회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회고하였다. 나는 이 말을 매우 좋아한다. 그의 엉뚱함과 과대망상과 모험과 꿈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소수의 똑똑한 사람이 몇 대의 컴퓨터를 가지고 장비를 잘 갖춘 거대한 투자회사를 이길 수 있다”

 

이 말은 세상이 돌아가는 원칙을 상기시켜주는 매력적인 말이다. 세상은 종종 엉뚱하게도 여전히 이렇게 거꾸로 돌아갈 것이다. 엉뚱함 속에는 동경, 모험, 도전, 꿈과 같은 잊혀져가는 개념들이 살아서 움직인다. 그래서 엉뚱함이 종종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닐까.

 

이 땅에도 큰 생각을 하고 작은 행동부터 해나가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젊은이들이 참으로 귀한 사람들이다. 엉뚱한 사람이 많아야 나라가 잘 될 것이다. 젊은이들이 붕어빵처럼 성장하지 않도록 온 나라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어딘가에서 과대망상에 휩싸여 자신의 세계를 설계하고 있는 자유로운 젊은이들에게 이 땅의 미래가 달려 있다.


 ⓒ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처를 표시하면 언제든지 인용할 수 있습니다.


윤진기 경남대 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9년 9월 16일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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