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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장려해야할까, 요건 강화해야 할까? '특례 상장'의 명과 암 - "혁신적 아이디어 갖춘 기업에게 자본시장 진입 기회 부여" - "허황된 기대심리로 자본시장 흔들 수 있어... 평가기준 엄격히 해야"
  • 기사등록 2019-08-10 16: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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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 오중교 기자]

"사업경쟁력 강화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하겠습니다. ‘언어 빅데이터 글로벌 리더’로 도약해 성과를 투자자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이정수 플리토 대표) 


지난 7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이날 코스닥 상장 기념식을 가진 인공지능(AI) 기반 언어 빅데이터 전문기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상기된 표정으로 소감을 밝혔다.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는 가운데 참석자들도 박수로 화답했다. 


플리토는 국내 처음으로 '사업모델 기반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지난 2017년 한국거래소가 다양한 상장루트로 혁신기업 발굴을 위해 ‘사업모델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한 이후 2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이정수(왼쪽 세번째) 플리토 대표가 지난 7월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열린 '플리토 코스닥시장 신규상장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제2벤처붐 타고 특례상장 봇물


실적만 놓고 보면 플리토는 코스닥 상장은 꿈도 꾸지 못한다. 플리토의 지난해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35억원, 영업손실 17억원이다. 그렇지만 혁신적인 기업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 기업'이 된 것이다. 플리토는 지난 2012년 설립된 번역 플랫폼 기업으로, 전 세계 173개국의 사용자 1030만 명이 직접 생산한 25가지 종류의 언어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제2벤처붐'을 타고 실적은 가시화하지 않았지만 아이디어만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캐리소프트가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공개(IPO)를 공식 선언하는 등 사업모델 특례 2호 기업으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월에는 바이오 기업 셀리버리가 국내 처음으로 '성장성 추천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지난해 11월 신규 상장했다. 


이처럼 실적보다는 아이디어를 기준으로 상장 문호를 허용하는 특례상장제도에 대한 평가는 우선 긍정적이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측은 "특례상장 제도는 기업의 성장성과 매출 발생 가능성 등을 심사한다”며 “많은 혁신기업들에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성장성과 기술성을 다룬 유망기업을 발굴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향후에도 성장성·기술성을 갖춘 다양한 기업이 상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코스닥시장이 혁신기업의 모험자본 산실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라젠, 임상3상 중단권고로 주가 폭락... 투자자 손실


하지만 특례상장 제도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특례상장제도는 상장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에게 '특혜'를 주는 셈이다. 근본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 신라젠이 여기에 해당한다. 한때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돌파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최근 연달아 하한가를 맞고 있다. 글로벌 임상3상 중단 권고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신라젠의 최근 1년 주가 추이. [사진=네이버]

지난 2016년 신라젠은 적자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코스닥에 입성했고, 지금까지 적자를 개선하지 못했다. 최근 3년 영업손실이 각각 468억원, 506억원, 590억원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 하나만으로 올해 초까지 코스닥 시가총액 2위(5조원)를 기록하기도 했다. 허황된 기대심리가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코스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펙사벡의 암 치료 개념도. [사진=신라젠 홈페이지] 

신라젠의 주가 폭락과 이에 따른 투자자 손실을 특례상장에 따른 불가피한 과정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도정 에셋디자인투자자문 대표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글 수는 없지 않느냐"며 "사업 아이디어는 글자 그대로 '아이디어'이므로 일부 부작용이 생기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례상장 평가기준 명확히 해야"


그렇지만 사업 아이디어 평가기준을 더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6년 신라젠이 기술 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상장했을 때 기술평가기관은 펙사벡에 기술평가 AA등급을 주며 그 해 기술특례상장을 한 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의 등급을 내렸다. 그런데 글로벌 임상3상 중단 권고를 받은 것은 평가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5월 바이오 업체 ‘메드팩토’는 기술성 평가에서 A와 BB 등급을 받았지만 재신청을 통해 진행된 평가에서는 단 두 달 만에 등급이 올라 A와 A 등급을 받았다. 이에 기술성 평가를 '고무줄 평가'로 비난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13곳의 기술성 평가에 대해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금융투자회사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며 "등급이 순식간에 변동하면서 상장 여부의 신중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기술 특례상장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난해까지 총 72개 기업이 상장했는데, 11개 기업만이 흑자를 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IPO업계에서는 특례 문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과는 대조되는 분위기다. 한 증권사 IPO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기술 특례를 완화할 것이라고 발표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이 잘 되지 않는다”며 “이는 특례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데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ojg@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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