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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진실, 그 기나긴 이름으로 자금 조달하는 기업 속사정은? - 최대주주, 경영권 담보로 자금 조달하는 셈 - 보통주로 전환돼 실제로 경영권 넘어간 사례도
  • 기사등록 2019-08-06 09: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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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쿠팡, 비바리퍼블리카, 마켓컬리, 메쉬코리아의 공통점은?


이 질문을 맞닥 뜨린다면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답변은 '한국의 손꼽히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 혹은 예비 유니콘'일 것이다.


물론 이 답변은 틀리지 않다. 그런데 이들 스타트업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Redeemable Convertible Preference Shares)를 발행한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인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그리고 기나긴 명칭을 가진 이 증권(Security)을 유명 스타트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속사정은 뭘까?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구 마루180에서 중기벤처부 주최로 열린 '유니콘 기업 육성 토크 콘서트'에서 스타트업 CEO가 발표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를 비롯한 창업가들이 참석했다. [사진=중기벤처부]

◆ 발행회사는 프리미엄 얹어주고 자금 조달하는 셈


새벽배송 서비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대표 김슬아)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들여다보면 이 궁금증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컬리는 톱스타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스타트업으로 '새벽 배송'이라는 신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컬리의 주주 구성을 살펴보면 이 스타트업을 창업한 김슬아 대표가 최대 지분(27.94%)을 갖고 있고, 이어 알펜루트몽블랑앱솔루트1전문투자형사모투자신탁제1호(21.50%. 이하 알펜루트), SK네트웍스(9.41%), 기타(41.15%)로 이뤄져 있다(보통주 기준).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런데 이 회사는 상환전환우선주를 갖고 있다. 이게 뭘까? 


2018년 감사보고서 기준. 단위 1,000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상환전환우선주란 이 증서를 갖고 있는 보유자는 컬리로부터 보통주보다 더 많은 배당을 받고(우선주), 필요할 경우 투자금을 상환받을 수 있으며(상환권),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전환권)를 갖게 되는 증서이다. 쉽게 말해 컬리 입장에서는 이 증서 보유자에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프리미엄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자금을 발행할 때 이렇게 많은 프리미엄을 상대에게 제공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컬리는 이제 막 창업한 스타트업으로 사업 아이디어 말고는 갖고 있는 게 많지 않다.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폭넓은 프리미엄을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 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 부여돼... 경영권 바뀔 수도


여기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전환권이다. 상환전환우선주를 갖고 있는 보유자는 필요할 경우 이 주식(정확히 말하면 우선주)을 보통주(Common stock)로 전환할 수 있다(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주식이고, 보통주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이다).


만약 컬리의 상환전환우선주가 전부 보통주로 전환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전환권이 있는 주식(전환우선주+전환상환우선주) 22만4527주가 보통주로 전환되면 총 보통주식수는 34만1457주(기존 보통주 11만6930주)가 된다. 

기존 주주의 지분이 3분의 1 가량으로 희석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경우 김슬아 대표의 지분은 27.94%에서 9.31% 가량로 줄어든다. 반대로 알펜루트의 지분은 21.50%에서 64.5%로 늘어난다. 김슬아 대표는 최대주주 지위는 물론이고 경영권도 내놓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국내 상법은 차등의결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비바리퍼블리카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스타트업은 상환전환우선주 자본금이 96억원으로 보통주 자본금 32억원보다 많다. 


단위 1000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감사보고서에는 비바리퍼블리카의 구체적인 주주 현황은 나와 있지 않고 다만 이승건 대표가 최대주주라고 명시돼 있다. 그렇지만 상환전환우선주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된다면 이승건 대표의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은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승건(오른쪽) 비바리퍼블리카 대표가 3일 서울 역삼동 아크플레이스 빌딩에서 한준성 KEB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KEB 하나은행]

상환전환우선주가 보통주로 전환돼 경영권과 최대주주가 바뀐 사례는 실제로 있다.  

지난 2015년 말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의 최대주주는 김선권 창업주에서 사모투자사인 케이쓰리제5호(K3제5호)로 변경됐다. 케이쓰리제5호는 카페베네의 상환전환우선주를 149만1300주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해 12월 28일 이를 전량 보통주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보통주 전환에 따라 케이쓰리제5호는 84.2%의 지분을 확보해 카페베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김 회장의 지분율은 기존 49.5%에서 7.3%로 낮아졌다.


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한 기업에 투자하거나 기업분석을 할 때 유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jy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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