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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마법' 해법은?] ③대주주 지분 늘리고 '개미' 이익침해에 악용되기도 - 지분 95% 이상 주주는 5% 미만 소수주주 주식 강제취득 가능 - 절대 지분 매입 후 고배당으로 현금 챙겨
  • 기사등록 2019-07-11 10: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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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 최성연 기자]

자사주는 흔히 '개미'로 불리는 소수주주의 이익침해에 악용되기도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2011년 개정 상법에 등장한 '지배주주의 매도권 행사 요건' 때문이다. 이는 어느 기업 주식의 9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는 5%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 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또,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시행규칙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자사주를 포함해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두가지 규정을 활용하면 최대주주는 주주의 공동자산인 자사주를 이용해 최소 지분 요건을 충족함으로써 소수 주주의 이익을 손쉽게 침해할 수 있다. 


◆ 사모펀드 IMM PE, 태림포장 인수하고 '자사주 매입 → 절대 지분 확보'


실제 사례를 살펴보자. 시간을 거슬러 2015년 5월 초의 일이다. 당시 태림페이퍼는 골판지 원지 제조 상장사로 모기업 태림포장과 함께 국내 골판지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태림페이퍼가 골판지 원지를 만들면 태림포장은 이를 라면·택배 박스에 쓰이는 골판지 상자를 만든다.  


온라인쇼핑과 전자상거래 증가로 포장재 수요가 늘면서 두 회사의 실적은 개선되고 있었다.

정동섭씨가 1976년 창업한 태림포장에서 출발한 태림포장그룹은 태림페이퍼를 포함해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골판지 전문 그룹이었다. 


태림포장의 직원이 골판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태림포장]

2015년 7월 태림그룹은 국내의 대표적 사모펀드 IMM PE의 투자회사 트리니티원에 인수됐다. 구체적으로, IMM PE는 당시 지난해 5월 창업주 정동섭 회장 일가가 보유한 태림포장 지분 58.9%와 자회사인 동일제지 지분 34.54%, 태림페이퍼를 비롯한 핵심 자회사 5곳 등 태림그룹 계열사 총 7곳을 3500억원에 인수했다. 


IMM PE는 태림그룹의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태림페이퍼 회사 명의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IMM PE는 태림페이퍼 명의로 자사주를 대량 매입해 절대 지분 95.12%(자사주 포함)를 확보했다. 회사 명의로 자사주를 매입했으므로 IMM PE가 지출한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자사주를 활용해 절대 지분을 확보한 IMM PE는 2016년 말 태림페이퍼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하고 주식 공개 매수를 발표했다. 소수 주주가 보유한 24.64% 주식을 1주당 3600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태림페이퍼의 매입가격인 1주당 3600원은 실제 이 회사의 가치에 비해 턱없이 낮았다는 점이다. 당시 트리니티원은 미래현금흐름할인법, 유사 상장기업 비교법을 적용하여 회계법인이 평가한 금액이라면서 1주당 매매가액을 3600원으로 제시하였다. 소액 주주들은 "태림페이퍼는 수익성이 양호하고 부동산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실제 가치는 주당 1만원이 넘는다"며 반발했다. 


2019년 1분기 보고서 기준. 단위%.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 절대 지분 매입 후 배당실시해 최대주주 현금 챙겨


그렇지만 IMM PE는 주당 3600원 매입을 강행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 2011년 개정 상법의 '지배주주의 매도권 행사 요건' 때문이다. 어느 기업 주식의 95% 이상을 보유한 지배주주는 5% 미만의 주식을 보유한 소수 주주의 주식을 강제로 취득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자 소액 주주 가운데 일부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태림페이퍼의 주당 적정가치는 1만3261원"이라고 판결했다. 이로써 끝까지 남아 소송까지 불사한 극소수의 소수주주들만 적정 주식가격의 약 27% 에 해당하는 돈만 지급 받고 주식을 모두 빼앗길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번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소수주주들의 경우 적정금액을 지급 받지 못하고 적정가치의 27%정도에 불과한 돈만 받아 1주당 9,661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


IMM PE는 2016년 8월 태림페이퍼를 상장 폐지했다. 이에 따라 이제 태림페이퍼의 경영 정보는 대부분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태림포장의 케이스는 자사주가 대주주가 개인 돈 들이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c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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