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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분석] '유상증자 5000억' 쿠팡에 봄은 올까?

- 일 배송물량 300만 넘으면 손익분기점 도달

- 현금 확보가 관건... IPO 가능성도

  • 기사등록 2019-07-06 1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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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지윤석 기자]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5000억원을 조달했다. 4일 쿠팡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29일 지주사격인 쿠팡LLC로부터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5000억원을 확보했다. 

쿠팡이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 것은 지난해 12월 27일 쿠팡LLC로부터 6000억원 가량을 조달한 이후 6개월만의 일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반복적으로 조달하는 쿠팡에는 얼핏 현금이 풍부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실상과는 반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은, 정말이지, 현금이 고갈되고 있다. 


'쿠팡맨'들이 배송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쿠팡]

◆ 보유 현금 5900억인데 매달 빠져나가는 돈 1500억원... 3~4개월이면 고갈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제출된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하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이 회사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5942억원을 보유하고 있다(이하 K-IFRS 별도 기준). 단기금융자산 1387억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는 담보설정돼 있어 쿠팡측이 마음대로 현금화하기가 쉽지 않다. 단기금융상품이란 3개월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을 말한다. 


쿠팡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내역. 단위 100만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금성자산이 5942억원인데 쿠팡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돈은 얼마일까? 

매달 빠져나가는 돈의 대표적인 계정과목(account name)은 판매비와 관리비(selling and administrative expenses)이다. 이는 급여, 복리후생비, 임차료같은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금액을 말한다. 


쿠팡의 연간 판매비와 관리비는 1조8471억원이다. 매달 1539억원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상품 매입비를 비롯한 변동비는 제외한 금액이다. 


쿠팡의 지난해 손익계산서(일부). 단위 100만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5942억원이었는데, 매달 지출되는 금액이 1539억원이므로 이 회사는 지난 4월께에 현금 고갈 상태에 도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쿠팡은 비상장기업이므로 분기 보고서 공시 의무가 없다). 만약 쿠팡이 이번에 유상증자로 5000억원을 조달하지 않았다면 부도에 처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 2013년 설립 이후 한번도 이익 낸 적 없어... 연간 영업손실 1조원대


쿠팡은 왜 이렇게 현금이 고달되는 걸까?

이 회사의 손익계산서와 현금흐름표를 살펴보면 궁금증의 실마리가 풀린다. 


매출액만 놓고 보면 쿠팡은 경이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쿠팡은 법인설립 첫해인 2013년에 매출액 478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3485억원(2014년) → 1조1338억원(2015년)→ 1조9159억원(2016년)→2조6814억원(2017년)→4조4147억원(2018년)으로 그야말로 급성장하고 있다. CAGR(연평균매출액성장률)이 206%에 이른다.  


문제는 매출액이 증가하는것보다 더 가파르게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회사는 2013년 법인 설립 이후 단 한번도 이익을 내본 적이 없다. 지난해 이 회사의 실적을 살펴보면 매출액 4조4147억원, 영업손실 1조1074억원, 당기순손실 1조1191억원이다. 연간 매출액이 4조원대이지만 영업손실도 1조원대에 이르는 회사인 것이다.


단위 억원. [이미지=더밸류뉴스]

그렇다고 영업활동을 통해 현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는 2014년 269억원의 플러스 영업현금흐름을 벌어들 것을 제외하면 언제나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이 회사의 영업현금흐금은 마이너스 7770억원이다. 


쿠팡의 영업현금흐름 추이. 단위 억원. [자료=더밸류뉴스]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획기적인 돌파구가 없는 한 쿠팡은 오는 11월께에 다시 한번 현금 고갈 상태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 배송물량 300만 상자 도달하면 손익분기점


이 회사가 살아남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쿠팡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매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직원들을 통해 고객의 집까지 배달하고 배송료를 받는 수익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쿠팡이 이익을 내려면 △ 상품매입비를 줄이거나 △ 배송료를 인상하거나 △ 배송단가를 낮추는 3가지 방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상품 매입비를 줄어거나 배송료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품 매입비는 이미 낮출만큼 낮춘 상태이고, 배송료 인상은 업계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일한 방법은 배송 물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통해 배송단가를 낮추는 것이다. 여기에는 희망이 있다. 

쿠팡의 대표 서비스인 '로켓배송'의 경우 초기 로켓맨을 통한 직배송 비용은 상자당 1만원이었지만만, 지난해 일 배송물량이 100만 상자에 달하면서 배송비는 5000~6000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올들어 일 배송물량이 170만 상자에 달한 만큼 부담이 더 낮아진 것으로 추산된다. 미래에셋대우증권 분석에 따르면 일 배송량이 300만 상자로 증가하면 아마존식 규모의 경제와 광고 등 신규 수익모델 추가로 손익분기점(BEP. Break Even Point)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그때까지 쿠팡이 '버틸 수 있는가'이다. 

이 점에서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혁신기업 IPO 촉진을 위한 상장제도 개선안’을 의결한 것은 긍정적이다. 개선안에 따르면 2년 연속 평균 매출 증가율이 20% 이상이지만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은 IPO가 가능해졌다. 이번 제도 개선으로 쿠팡에게는 IPO 자격이 부여됐다. 


쿠팡 앞에는 다양한 변수가 놓여있다  지금 쿠팡의 성패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쿠팡이 위기를 극복하고 혁신 기업의 모범이 될 지, 아니면 숱하게 사라져간 스타트업의 하나가 될지는 추가 증자, IPO 여부 등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jys@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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