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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 윤진기 교수]

주식시장을 해석하는데 있어서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라는 용어는 자주 등장해서 사람들이 비교적 익숙한 편인데, EGR은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되어 비교적 낯설다. EGR은 ‘Earnings Growth Rate’를 줄인 것으로 우리말로는 ‘이익증가율’ 또는 ‘이익성장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즉 회사의 이익이 증가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이다.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주식을 찾았다면, 이는 돈을 찍어낼 허가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은 PEG 지표를 활용하는 투자의 대가로 알려진 짐 슬레이트(Jim Slater)가 한 말인데, 웃음을 자아내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필자는 이 말의 익살스러움에 매료되어 관심을 가졌는데, 나중에는 과연 그럴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매우 신비로운 것이다. 어쩌면 신비 그 자체일 수가 있다. 도대체 세상에서 중앙은행 말고 누가 돈을 찍어내는 허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또 투자자들이 돈을 찍어내듯이 돈을 벌면 얼마나 신나겠는가. 상식에 기초하여 이를 살펴본다.


미국 투자가 짐 슬레이트. [자료=웰링턴 매지니먼트 컴퍼니 홈페이지]

주가는 돈의 움직임의 궤적이다. 시장에서 순간순간 돈의 움직임을 모아놓은 것이다. 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추적해보면 짐 슬레이트의 말이 대체로 맞는 이야기인지 아니면 단지 재치 있는 입담에 불과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식 차원에서 관찰해 보면, 화폐가 발명된 이래로 돈은 늘 이익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고, 이익 중에서도 더 높은 이익이 생기는 곳으로 움직였다. 큰 돈을 움직이는 세계 주식시장의 구루들은 대부분 돈을 잘 벌어들이는 기업에 투자한다. 해마다 손해만 보는 기업에 투자하는 엉터리 큰손은 없을 것이다. 기업이 벌어들인 돈 중에서 비용과 세금을 제하고 남은 것이 순이익이다. 순이익이 해마다 증가하는 기업은 돈을 매우 잘 버는 기업이다. 이 순이익의 증가율을 EGR이라 하는 것이다. 

 

EGR은 회사의 EPS를 알고 있거나 회사의 순이익을 알고 있으면 계산할 수 있고 실제로는 분기 또는 연도별로 계산된다.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한다는 것은 회사의 EPS나 순이익이 매년 20%씩 증가한다는 것이다.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경우 이 이익의 미래가치는 다음과 같이 계산된다.

 

미래가치=현재가치×(1+이익증가율)^연수

 

원금 1000만 원을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기업에 투자했다면 40년 후에는 대략 147억 원이 된다. 적은 돈이 아니다. 투자세계의 구루들이 EPS나 순이익이 해마다 높아지는 곳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2019년 4월 기준으로 작성된 국가통계포털(KOSIS)의 통계를 근거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연평균성장률을 계산하면 대략 10.93% 정도가 된다. 이를 감안하면 매년 이익이 20%씩 증가하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다른 기업보다 대략 2배로 돈을 더 잘 벌어야 한다. 그래서 이런 기업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가치투자의 황제 존 네프(Jon Neff)는 투자를 결정할 때 EGR을 핵심 투자기준으로 삼았다.그가 경영파트너로 일했던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Wellington Management Company)는 2019년 3월 30일 기준으로 운용자산이 1조 달러(대략 1000조 원)가 넘는다. 2019년 우리나라 정부예산이 469.6조 원인 것을 감안하면 한 개의 기업에 불과한 투자자문업체가 한때 세계 경제 10위의 대국으로 이름을 올렸던 우리나라 1년 예산의 두 배가 넘는 큰돈을 무리 없이 굴리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다. 

 

웰링턴 매니지먼트 컴퍼니 홈페이지 내용 일부. [자료=웰링턴 매니지먼트 홈페이지]

대한민국 예산의 두 배가 넘는 큰돈을 EGR을 기준으로 굴린다면, 일반 사람들도 주식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가장 먼저 EGR을 살펴보는 것이 이치적이라 할 것이다.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Peter Lynch)는 펀드에 종목을 편입할 때마다 EGR을 고려했으며, 짐 슬레이트는 실제로 EGR을 활용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투자자가 편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기도 하였다.

 

만약 주식투자를 하려고 하면서 다른 변수 이것저것에 주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실수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말이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연 20%의 비율로 이익이 계속 증가하는 기업을 찾아내고 과연 돈을 찍어내는 허가를 받은 것과 같은 것인지에 대해서 갑론을박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것 같다. 


윤진기 경남대 교수·전 한국중재학회 회장


*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9.05.16. 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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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5-16 11: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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