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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윤진기 교수 ]

우리나라가 원자력 발전을 폐지하고 신재생 에너지로 바꾸겠다고 하는 이유는 주로 ‘안전’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노후 원전은 수명을 연장하지 않고 새로운 원전은 아예 건설하지 않기로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안전에 대한 이렇게 절절한 소망을 일거에 좌절시켜버릴 수 있는 일이 엉뚱한 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중국이 동해안 지역에 대규모 원자력 발전시설을 세우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원자력 정책에 대하여 한국이 왜 갑자기 걱정을 해야 하는지 숫자로 살펴본다.

 

중국은 '제13차 5개년 에너지발전계획(2016~2020년)'에서 ‘2020년까지 58기의 원전 가동 목표’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원전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원전의 국산화에도 성공하여 국가가 정책적으로 세계 원전 시장 진출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의 원전 대부분은 냉각수 확보가 쉬운 중국 동해안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에너지 홈페이지’(中国能源网)에는 2018년 2월 24일 기준으로 작성된 중국 원자력 발전소 분포도와 이미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 발전소 38개와 건설 중인 발전소 18개 리스트가 상세하게 올라와 있다.** 이 중에서 만약 방사선 유출 사고가 나면 적어도 15개는 시간대만 다르지 한국에서 발생한 사고와 거의 유사하게 한국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중국의 원자력 발전소 분포도. [자료=중국에너지 홈페이지]

이들 15개의 원전은 이른바 탄루(郯庐, 담여, 중국발음이 ‘탄루’) 단층대 부근에 위치하고 있다. 단층대는 지각이 서로 어긋나 있는 곳을 말하며, 탄루 단층은 1억 2천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지진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이다. 지난 1976년 24만여 명의 희생자를 낸 규모 7.8의 탕산(唐山, 당산) 대지진도 이 단층대에서 발생했다.



중국 지진대 분포도. [자료=중국에너지 홈페이지]

지난 1월 16일 문화일보가 기상청 자료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11∼14일 나흘간 서울을 기점으로 측정한 중국발 바람의 빈도는 54.2%로 나타났다. 이는 북풍 등 북한을 거쳐 넘어온 바람은 제외하고 순수하게 중국 쪽에서 건너온 바람만 합산한 결과다. 방위별 중국발 빈도를 보면, 서북서(25.0%)가 가장 높았다. 이어 서(14.6%), 북북서(6.3%), 북서·서남서(각 3.1%), 남남서(2.1%) 순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15개의 원전은 이 풍향 빈도의 범위 내에 속해 있다.


서울 주변의 풍향 빈도. [자료=기상청]


물론 바람의 방향은 계절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바람은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중국에서 한국으로 불어오고 있다. 유출된 방사능이 이 바람을 타고 한반도에 도달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초속 10미터 내외의 편서풍이 불면 24시간 안에 한반도에 도달한다. 

 

중국이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고 원전을 건설하고 있는 한, 한국이 국민들의 안전을 위하여 원전을 포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 오히려 허망한 것이다. 원전 기술도 변변치 않은 중국이 아예 국가계획을 세워놓고 원전을 마구 지어 한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원전을 포기하고 세계 수준에 도달한 그동안의 기술을 사장시키며 에너지 위기를 자초하는 한국인들의 순박함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다행하게도 정부는 중국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염려하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한국의 원전 정책이 뿌리 채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윤진기 교수

[윤진기 경남대 법대 교수]


* 이 글의 원문은 버핏연구소 윤진기 교수 칼럼 ‘경제와 숫자이야기’ 2019.04.29. 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mentorfor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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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4-29 10: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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