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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미국은 상장폐지기업 주주보호장치 있는데, 한국은?

- 상장폐지되면 사실상 재상장 불가능... 대안도 없어

- 미국은 상장폐지 이후에도 주식 거래 가능

  • 기사등록 2019-03-19 16:5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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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박정호 기자]

감사의견 거절이나 한정의견 등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장사들이 늘면서 상장폐지에 따른 주주보호장치를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주식 시장에서는 상장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꾸준히 반복돼 왔으며, 또한 거래소 결정에 의해 강제적 퇴출된 기업들의 이의제기와 이에 따른 법정분쟁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사안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2일 한국거래소는 작년 12월 결산 상장사 중 33곳이 비적정 감사의견으로 인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코스피 상장사는 5개사, 코스닥 상장사 28개사이며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 중인 코스피 상장사는 신한, 컨버즈, 웅진에너지, 세화아이엠씨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코스닥 기업 중에서는 경남제약 등 28개사가 ‘감사범위 제한’, ‘계속 기업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한정 등과 같은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기업의 상장폐지사유(왼쪽), 코스닥 기업의 상장폐지사유(오른쪽). [자료=자본시장연구원]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이나 유럽 주요 거래소와 비교했을 때 국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건수가 특별히 많은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코스피에서 퇴출된 종목은 361개, 코스닥시장에서는 729개이며, 스팩(SPAC)과 투자회사 등 특수목적회사를 제외한 상장폐지는 연평균 총 43개사에 그친다.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 사유는 조금씩 변화를 보이고 있는데, 코스닥과 코스피 모두 인수합병 및 자발적인 상장폐지가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이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2014년 이후 절반 이상이 피흡수합병 또는 자발적 신청에 의한 것었으며, 코스닥시장도 상대적으로 비중은 적으나 역시 자발적 상장폐지가 소폭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의 경우 감사의견 미달에 의한 상장폐지 비중이 늘었는데, 외부감사인의 감사의견이 부정적 또는 의견거절이거나 감사범위 제한에 따른 한정인 경우 상장이 폐지된다. 

여기에 지난해 11월부터 외부감사법 시행으로 회계 부정시 외부감사인에 대한 동반 처벌이 강화되면서 감사의견 거절에 따른 상장사 상장폐지 사유 발생이 속출하고 있다.


◆ 기업 상폐 이후 퇴로가 없다


상장폐지가 실제로 진행될 경우 해당 기업은 신용도 추락, 자금 조달 어려움 등으로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받게 된다. 

여기에 못지 않은 또 다른 피해자는 투자자(주주)이다. 투자자는 해당 기업의 주식을 주식시장에 팔지 못하게 되면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된다. 

 
그러나 국내 주식 시장은 한 번 상장폐지된 기업이 다시 진입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상장폐지를 맞게 되면 상장시장을 벗어나 장외에서 거래하거나, 규제수준이 낮은 타시장으로 이전해 거래를 계속하거나, 혹은 다른 기업에 해당기업을 매각하는 방법이 있다. 

미국 다수의 장외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과 같은 주식 시장에서 상장폐지된 이후에도 거래 지속이 가능하다. 


국내에도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한국장외주식), K-OTCBB(비상장주식의 매매 거래) 등 장외시장이 존재하지만 제도권 장외시장을 통한 거래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더구나 대부분의 장외거래는 규제 밖의 사설 사이트와 불법 브로커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어 기본적인 투자자 보호도 기대하기 어렵다. 

 

◆ 장외시장 활성화하고, 양방향 이전상장 장려해야


이에 대한 대안으로는 장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거래소,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되더라도 장외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면 투자자는 주식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또 다른 대안은 양방향 이전 상장을 장려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코스피 시장에서 코스닥 시장으로의 이전, 혹은 코스닥 시장에서 코넥스 시장으로의 이전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도진 에셋디자인 투자자문 대표는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 코스피시장으로 이전상장이 발생하지만 코스피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김 대표는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은 계층구조가 아닌 상호 경쟁을 통한 발전을 추구하고 있어, 상장기업이 소속 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시장이 대안적 시장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코넥스시장의 경우 다른 두 시장보다 계층구조상 하위시장이어서 투자자군 제한, 세제혜택 불평등, 거래부진 등의 문제로 기업들이 이전상장을 기피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 결정은 기업뿐 아니라 강제적 퇴출을 결정해야 하는 거래소에도 부담이 되는 일이다.  따라서 기업의 원활한 퇴출과 재기를 돕는 시장 형성 및 시장구조 유연화가 필요하며,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 상장폐지 결정 결과에 대해 투자자나 기업이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합리적인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bjh@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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