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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해외서도 주주행동주의자들 파상공세, 성과는 천차만별. 왜?

- 경영진 유능하고 기업문화 우수한 기업에는 주주행동주의 공격 드물어

- 시장과 소통하고 불확실성 줄이려는 노력 필요

  • 기사등록 2019-03-19 08: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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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밸류뉴스=이승윤 기자]

GE나 P&G,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이들의 다양한 전략과 공과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주주행동주의자' 혹은 '행동주의 투자자'로도 불리는 이들은 주식을 대량 매입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 지위를 확보한 후 적극적으로 경영에 관여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업 분할, 강도 높은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자사주 매입 등이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주된 전략이지만 최근에는 기업 경영 전략 자체에도 깊이 관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행동주의의 기업 경영 개입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이나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주주행동주의자들의 성과는 타겟 기업의 경영 상태와 여론 반응, 타겟 기업 경영진의 대응 방식에 따라 각기 다른 결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주주행동주의 성공, 실폐 사례. [이미지=더밸류뉴스]

◆ 트라인펀드, P&G에 위임장 대결로 이사회 진입 성공


P&G와 위임장 대결을 벌인 트라이언 펀드의 경우 이사회에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을 진입시키는데 성공한 케이스이다. 


당시 트라이언은 P&G에 소비자들의 달라진 요구에 대응하고, 규모가 작더라도 목적이 있는 신규 브랜드를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G는 1~2%의 성장세를 이어 왔으나, 2014년 이후 수익성이 낮은 브랜드들을 100개 이상 매각하면서 몸집이 많이 줄어든 상황이었다.


P&G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해온 트라이언은 이사회 의석 확보를 위한 노력을 지속했으며, 결국은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트라이언은 "당사의 넬슨 펠츠가 P&G 이사회 멤버로 활동했던 기간 동안 해당 기업들의 평균 S&P 500 대비 주당 순이익(EPS) 성장이 7.8%p, TSR(총주주수익률)이 S&P 8.8%p 높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월그린 지분을 1.2% 보유한 헤지펀드 자나 파트너스 역시 지난 2014년 낮은 지분율에도 이사회 의석 2개를 확보하는데 성공하면서 경영 방식 변화를 이끌어냈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이제 지분 대량확보 전략 대신 적은 수의 지분만을 가지고도 직접 경영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하고 있다. 

박종석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기업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은 해당 기업이 드러나 있는 문제점들이나 이슈를 해결했을 경우 기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향상될 수 있을지 여부"라며 "이들이 한 기업의 주주로서 공개적으로 다른 주주들의 결집을 이끌어내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기업의 가치 증대"라고 말했다.


◆ 칼 아이칸, 넷플릭스가 포이즌필로 대응하면서 매각 실패


반면 성공적이지 못한 사례로는 칼 아이칸이 있다. 넷플릭스 지분 9.98%를 보유한 주요 주주인 칼 아이칸은 넷플릭스를 구글이나 아마존에 매각하려 했다.


2012년 넷플릭스는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 매입 권리를 부여하는 '포이즌 필'(Poison pill)로 대응했고, 결국 아이칸은 넷플릭스 지분을 팔 수밖에 없었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나타나는 성과가 천차만별인 이유는 해당 기업이 처해 있는 시장 및 경영 상황에 따른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목표가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가 아니라 경영개입으로 주가를 끌어올려 단기 시세차익을 내고 떠난다는 데 있다.


엘리엇은 2015년 미국 광산업체 Alcoa의 주식을 취득하면서 이사회 자리를 3석 차지하고 스핀오프, CEO 사임 등을 요구한 후 2017년 마지막 분기에 보유 주식의 3분의 2 가량을 매도, 104%의 수익을 남겼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액티비스트 인사이트 2018 보고서>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와의 위임장 대결로 초래되는 비용 또한 기업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2015~2017년 기준으로 시가총액 100억 달러 이상의 기업이 행동주의 펀드와 위임장 대결을 했을 경우 평균적으로 펀드 측은 700만 달러, 기업은 14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지난해 트라이언 파트너스와 위임장 대결을 펼친 기업 P&G는 1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지출한 반면 트라이언이 쓴 비용은 25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경영개입 초반에는 경영진에 협조적이었던 펀드들이 나중에 적대적 태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맥킨지 컨설팅은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이 10번 중 7번은 협조적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절반 이상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행동주의 펀드 서드포인트는 지난 2011년 야후 주식을 다량 매수해 이사회 의석을 확보하고 이듬해 CEO 스콧 톰슨을 몰아내는 등 공격적으로 개입했다. 

2013년 124%의 수익률을 올린 서드포인트는 보유주식 3분의 2를 매도했으며, 야후는 이후부터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에 약 5조원 가치의 핵심자산을 넘겼다. 


◆ 기업 경영자, 투자자 관점에서 회사 내부 점검해야


이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지금보다 제한적인 경제 성장 전망과 시장 포화로 인해 기업들의 성장 방식이 한계에 이른만큼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활동은 지금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M&A나 스핀오프 활동 증가 등에 따라 TSR 증대가 가장 큰 이슈로 부각되고 이를 기반으로 주주우선주의는 앞으로도 지속되거나 더 강화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박종석 연구원은 "확고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의한 경영참여 등의 압력이 가해지고 이런 경향은 갈수록 더 빈번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사항은 기업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격을 사전에 예방하려면 행동주의 투자자 관점에서 기업을 다시 한번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경영이나 사업 방식,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이 필요하다.  또, 행동주의 투자자들과 의견을 교환함으로써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거나 기업의 운영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논리적이고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시장과 소통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 경영진 직속으로 재무, 법률, 회계, IR, 홍보 전문가들로 구성된 대응팀을 조직해 대응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형석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특히 기업집단 단위의 구조개편에 연관된 대규모 계열회사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목표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내부유보 이익이 많거나 투자 기회 및 투명성이 낮은 기업은 주주환원 확대 요구 압박을 받기 쉽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분확보 제한 등 기존의 경영권 방어 수단보다는 문제를 제기한 행동주의 투자자를 포함한 다양한 주주들과의 소통이 경영상의 압박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lsy@theva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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