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이 더 이상 연구실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장과 물류센터는 물론 병원과 공공시설, 일부 가정까지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빠르게 들어오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대량 생산과 상용화 계획을 내놓으면서, 휴머노이드는 이제 미래 기술이 아니라 실제 산업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따라붙는다.
“이 로봇은 정말 안전한가.”
휴머노이드. [이미지=더밸류뉴스 | AI 생성]
AI 성능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그 판단이 언제나 옳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오히려 AI의 힘과 속도, 자율성이 커질수록 사고가 났을 때의 위험도 함께 커진다. 업계에서 휴머노이드 안전 문제를 가볍게 보지 않는 이유다. 단 한 번의 중대 사고만으로도 시장 신뢰가 무너지고, 규제가 강화되며, 상용화 자체가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배경 속에서 미래큐러스가 내놓은 해법은 다소 직관적이다.
“로봇에도 자동차처럼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미래큐러스는 모빌리티 연구 기업으로 휴머노이드의 물리적 움직임을 AI 판단과 분리해 제어하는 휴머노이드 세이프티 컨트롤 시스템(Humanoid Safety Control System)을 개발하고, 해당 기술로 대한민국 등록 특허를 획득했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단순하다. 휴머노이드가 어떤 행동을 하려는 순간, 그 행동이 인간에게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AI의 판단을 그대로 따르지 않는다. 대신 별도로 분리된 안전 시스템이 개입해 동작 자체를 멈춘다. 자동차에서 엔진과 상관없이 브레이크가 작동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눈여겨볼 점은 이 안전 제어가 소프트웨어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드웨어 보호 회로와 안전 제어 칩이 함께 작동해, AI 오작동이나 판단 오류가 곧바로 인간의 위험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설계됐다. AI가 아무리 복잡한 판단을 내리더라도, 최종 물리 동작은 이 안전 시스템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통제 대상이 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입력하는 명령 역시 안전 검증 대상이다. 의도적인 위해 명령은 물론, 실수로 위험한 지시를 내리는 경우나 해킹과 권한 탈취로 비정상 명령이 들어오는 상황까지 고려했다. 명령이 누구에게서 왔는지가 아니라, 그 결과가 인간에게 위험한지가 판단 기준이다.
AI는 행동을 제안할 수 있지만, 실행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독립 안전제어 시스템이 쥔다. 힘이나 속도가 과도한 동작, 인간과의 거리나 환경을 무시한 움직임은 물리 단계에서 차단된다.
임상진 미래큐러스 부회장은 “휴머노이드는 인간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만큼,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을 해칠 수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 원칙은 말로만 선언할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AI 판단을 우회해 동작을 막을 수 있는 구조로 구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등록된 특허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부터 사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방법, 시스템 및 비일시성의 컴퓨터 판독 가능 기록 매체'로,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이 아니라 독립 안전제어 구조 자체가 권리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미래큐러스는 로봇을 직접 만들기보다는, 휴머노이드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안전 인프라를 제공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제조사뿐 아니라 공장과 물류 운영사, 공공기관, 규제기관, 보험사 등으로 수요가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휴머노이드 산업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얼마나 똑똑한가”를 묻던 단계에서, “얼마나 안전한가”를 먼저 따지는 단계로 넘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 로봇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는 발상이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