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준홍 정희민 기자
유진투자증권(대표이사 유창수·고경모)이 지난해 ELB(Equity Linked Bond, 주식연계채권) 주관 1위를 기록했다.
기업분석전문 버핏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ELB주관 공모금액은 1905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어 KB증권(800억원), 신한금융투자(600억원), NH투자증권(350억원), SK증권(300억원), 한국투자증권(300억원), DB금융투자(200억원) 순이다.
ELB란 글자 그대로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이 부여된 채권을 말하며, CB(전환사채·Convertible Bond)), BW(신주인수권부사채·Bond with Warrant), EB(교환사채·Exchangeable Bond)가 여기에 해당한다. 'ELB주관'이란 ELB를 발행하려는 기업을 대상으로 증권사가 ELB 발행 과정에 필요한 공모금리, 공모금액 등에 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ELB주관의 대가로 받는 인수수수료는 증권사의 수익모델의 하나이다.
◆1위 유진투자증권, KG모빌리티 ‘BW 1505억’ 주관하며 정상 올라
유진투자증권을 ELB 1위로 이끈 1등 공신은 지난해 하반기 KG모빌리티(옛 쌍용차·대표이사 곽재선) BW 주관이다. 공모금액 1505억원으로 ELB 공모금액의 33.78%를 차지했다. 인수수수료는 11억원이었다. KG모빌리티가 발행한 BW의 정식명칭은 ‘제122회 무보증 신주인수권부사채(BW)'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주식 시장 침체기에 KG모빌리티 BW 주관을 성사시켜 '채권 명가'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앞서 지난해 6월 코스피 자동차 부품사 핸즈코퍼레이션이 200억원 규모 BW발행을 하려다 무산된 터였다. KG그룹은 2022년 당시 쌍용자동차를 인수하면서 투자키로 약속했던 1505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BW 발행을 진행했다. 유진투자증권은 KG모빌리티가 조달 자금으로 전기차 관련 신사업에 뛰어든다는 점을 강조해 성사시켰다. KG모빌리티는 이번 BW 국내 공모에서 청약률 130.89%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해 상반기에 유진투자증권은 한국유니온제약의 BW 발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한국유니온제약은 모집 예정금액(200억원)의 41배에 이르는 약 8323억원 청약 신청을 받고 최종 경쟁률 41.62대 1을 기록하며 흥행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고 기존의 채권 명가에서 한걸음 나아가 IPO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5건의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이번 ELB 성과로 고경모 각자 대표의 입지가 굳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고경모 대표는 행정고시(32회)에 합격해 미래창조과학부, 경기도 교육청 등에 근무하다 2013년 초 유진투자증권 부사장에 영입됐고 2020년 5월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고경모 대표와 함께 유진투자증권을 이끌고 있는 유창수 대표는 유진그룹 오너 2세이다. 유재필 유진그룹 창업주의 3남이다.
◆2위 KB증권, 2022년 1위였다가 자리 내줘... 신한금투 3위, NH투자 4
KB증권(대표이사 김성현·이홍구)은 대유에이피, MFM코리아 등의 ELB 800억원을 주관하며 2위를 기록했다. 앞서 KB증권은 더밸류뉴스의 '2022 리그테이블' ELW 부문 1위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유진투자증권이 성과를 내면서 2위가 됐다.
KB증권이 ELB 주관을 맡은 기업은 대유에이피(B-), EDGC(B-), 유니슨(BB-), MFM코리아(B+)의 3곳이다. 이들 기업은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검토 및 전망에 등재됐다. ELB 발행에도 원활하게 자본확충이 되지 않아 재무안정성이 개선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운데서도 KB증권이 이들 3개사의 ELB 주관에 성공하며 '증권 명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위 신한금융투자(대표이사 김상태)의 공모금액은 600억원을 기록했다. 자동차 시트 제조사 유니켐(대표이사 정재형)의 공모를 맡았다. 유니켐은 BW로 조달한 금액 200억원 중 130억원은 채무상환에 사용하고 66억원은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다만 유니켐의 BW 청약률이 0.69%에 그쳐 138억원만 발행했다.
4위 NH투자증권(대표이사 정영채)의 공모금액은 350억원으로 인수수수료 4억원을 벌었다. 신한금융투자와 함께 유니켐 BW 공모를 공동으로 주관했다.
◆한국투자증권, 인수수수료율 1위(5.83%)...평균 인수수수료율 2.34%
2023년 증권사의 총 공모금액은 4455억원을 기록했다. 총 인수금액은 276억원, 총 인수수수료 72억원, 총 인수건수 4건이었다. ELB주관 1건당 평균 공모금액은 1114억원, 인수금액 69억원이었다. 평균 인수수수료는 10억원, 인수수수료율은 2.34%를 기록했다.
ELB는 잔액인수방식을 통해 주관하기 때문에 공모금액에 대해 인수수수료을 책정한다. 공모금액 대비 인수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곳은 한국투자증권(5.83%)이며, 가장 낮은 곳은 신한금융투자(0.83%)이다. 상위 4개 증권사(유진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의 평균 인수수수료율은 1.09%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