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례 1 : 모바일용 연성회로기판(FPCB)을 생산하는 코스닥 기업 시노펙스는 지난해 매출액 1811억원, 영업이익 248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정작 최종결산에서는 '당기순손실 225억원'으로 적자전환을 공시했다.
가장 큰 이유는 이 회사의 주가가 상승하면서 지난해 6월 발행한 전환사채(CB. Convertible Bond)에서 파생상품평가손실 130억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 회사는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CB)' 100억원을 발행했다.
CB란 기업이 이를 발행할 땐 일반 회사채와 동일하지만 일정한 기간이 지나 주식전환권이 행사되면 주식으로 전환되는 증권이다. 현행 회계 기준에서는 리픽싱(Refixing. 전환가조정)이 부여돼 있다면 주가 추이에 따라 전환권의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부채로 봐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 회사 주가가 5650원으로 발행 당시보다 두 배 가량 상승하자 시노펙스는 CB전환가액과의 차이를 파생상품평가손실로 인식해야했다.
# 사례 2 : 지난해 2월 '테슬라 1호'로 코스닥에 상장한 카페24의 주가가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상장 당시 6만원 안팎이던 이 회사 주가는 10만원을 오르 내리고있다. 테슬라 요건이란 적자이더라도 미래 성장이 기대되면 주식 시장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렇지만 정작 카페24 임직원들은 마음 편하게 주가 상승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이 회사가 발행한 275억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때문이다.
당시 카페24는 팔로우온 투자펀드, 미래에셋대우 등을 대상으로 제10회 무보증 사모 분리형 BW 275억원을 발행했다. 현행 회계 기준에 따르면 BW는 파생상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면 파생상품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일부 코스닥 상장사들이 주가 상승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회계기준상 파생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주가 상승에 따른 회사의 잠재적 손실이 재무제표상에 당기순손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주가 상승으로 인한 파생금융상품 평가손실 인식이 발생한 코스닥 상장사는 시노펙스를 비롯해 카페24, 엠젠플러스, 씨티엘, 파티게임즈를 포함해 22곳이다. 이들 기업은 지난해 결산 혹은 올해 반기 결산에서 주가가 오르면서 CB, BW 발행분에 대한 회계상의 손실이 발생해 ‘당기순손실’이 생겼다고 공시했다.
현재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상 가격조정(리픽싱) 조항이 있는 CB, BW는 파생상품으로 분류돼 주가가 상승하면 회계상 ‘손실’처리를 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A 상장사가 발행한 전환사채의 전환가격이 7000원이었는데 주가가 1만1000원으로 오를 경우, 회사 입장에서는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은 높아지지만 주당 4000원만큼의 내재적 손실이 생긴다. 이에 따라 회계상으로는 이를 미리 인식해 당기순손실에 반영하는 것이다.
앞서 2015년에는 셀트리온이 영업이익이 급증했으면서도 CB발행과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500억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반영하기도 했다.
코스닥 기업에게 CB발행은 인기 높은 자금조달수단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의 CB발행 공시는 2014년 145건에서 지난해 45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비록 현금이 유출되지 않고 장부상 발생하는 손실이지만 CB 파생상품평가손실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김상운 삼일회계법인 전무는 "회계사들조차 주가가 상승하면 미전환 CB를 파생상품 평가손실로 인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기업이 주석이나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충분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