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라면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식이 줄고 내식이 늘면서 라면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에 라면업계 '쌍벽'인 농심(004370)과 오뚜기(007310)의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오뚜기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농심을 처음으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농심은 신라면이 국내 라면 브랜드 1위를 유지해 체면을 세웠다.
3일 투자업계 분석에 따르면 오뚜기의 올해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6417억원, 467억원, 368억원으로 전년비 7.49%, 27.6%, 23.91%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초로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농심을 넘어선 것이다.
농심의 올해 3분기 매출액,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각각 6554억원, 328억원, 286억원으로 전년비 11.1%, 76.34%, 77.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뚜기는 상반기에 이어 간편식 수요 증가와 판촉비 효율화가 지속되고 있다. 오뚜기는 1969년 창립된 이래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카레, 3분류, 소스류 등의 카테고리에서 높은 시장 점유율로 안정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아울러 전통적인 Cash Cow(현금 창출원) 카테고리뿐만 아니라 컵밥, 냉동식품, 냉동피자 등 HMR(가정간편식) 카테고리에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라면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높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봉지면을 중심으로 한 10% 가까운 수준의 성장률이 기대된다. 아울러 가격 인상을 진행한 즉석밥을 포함해 HMR 제품 및 냉동식품 소비 또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심의 3분기 라면 매출은 전년비 4~5%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이후 9월 라면 수요가 견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내 스낵 매출도 광고효과로 인해 전년비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법인 또한 호실적을 기록해 전체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식품 기업은 4분기에도 중국 '광군제' 특수 효과로 인해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광군제는 오는 11일 열리는데 중국 최대 쇼핑 축제로 꼽힌다. 먼저 오뚜기는 '진라면'을 비롯한 라면 제품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중국 현지 연예인을 모델로 발탁해 광군절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농심 역시 중국 내 온라인 채널에서 신라면 등 인기 브랜드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4분기 실적은 중국 광군절 매출 영향에 따라 업체간 순위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의 집계 결과 올해 상반기 라면 시장은 전년비 7.2% 성장한 1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반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다. 이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는 점 등에 기인한다.
앞서 올해 5월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가 국내 봉지라면에 대한 소비자행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봉지라면하면 먼저 떠오르는 국내 브랜드는 신라면(46%), 진라면(22%) 순이었다. 반면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한 브랜드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소비자 26.4%가 진라면을 선택했고 신라면은 23.5%였다. 향후 구매의향 조사에서도 진라면(24%)이 신라면(20%)보다 높게 나왔다.
이에 업계에서는 신라면과 진라면의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신라면은 남성(27.0%)이 여성(19.8%)보다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30대 남성에서 높게 나왔다. 반면 진라면은 2040여성, 특히 고등학생 이하 자녀가 있는 가정에서 신라면 보다 더 자주 구매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변화는 기업간의 경쟁 순위도 변화시켰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올해 8월 식품 상장기업 브랜드평판에 대해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 1위 CJ제일제당(097950), 2위 오리온, 3위 농심 등 순이었다. 앞서 4월 조사 당시만 해도 1위 빙그레(005180), 2위 농심, 3위 오리온 등 순이었으나 5월부터 순위에 변동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닐슨이 집계한 국내 라면 시장 점유율을 보면 신라면이 15.5%로 1위, 진라면이 14.6%로 2위였다. 이 둘의 차는 0.9%로 좁혀졌다.
농심 측은 더밸류뉴스와의 통화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나 진라면의 경우 매운맛과 순한맛이 합산된 결과이며 신라면은 신라면 하나만으로 판매량이 책정됐다”며 “진라면이 많이 팔린 것은 사실이지만 매출액 비중으로 보면 신라면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진라면은 지난 6월 기준 누적 판매량이 60억개에 달해 우리나라 5000만 인구가 1인당 120개씩 소비한 셈”이라며 “진라면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통해 오뚜기 진라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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